3. 교단 유휴토지

최근 교단의 유휴토지 사용에 대해 지도부와 일선 교무들간에 일정한 간격이 생기고 있다.

그 핵심 문제는 이 땅들이 ‘미래를 위한 포석'이냐 아니면 '현재의 교화'를 위해 쓰여야 하는가 이다. 또 개발에 있어서도 종교적이며 생명 지향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명제와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맞부딪친 바 있다.

결국 이 간극을 좁혀 지혜와 역량을 한 데 결집시키는 것도 현 교정팀의 난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교단 부동산은 교화·교육·자선이라는 3대 사업에 맞는 고유목적을 위해 쓰이고 있다.

대부분은 3대 사업에 쓰라며 교도들이 희사한 것이며, 중앙총부 부지 확보나 수도원·훈련원 건립 등 교단적 목적에 의해 특정부지를 매입한 경우가 그 나머지다.

최근 복지의 전국화를 위해 각 교구 사회복지법인 설립시 해당 교구에 위치한 유휴토지를 활용하도록 한 바도 있다.

또 서울 한남동 수도원은 해방 후 약초관음사를 인수하여 구타원 이공주 종사의 원력으로 1961년 임야 9천평을 포함해 12,200평의 터를 더 넓혔다. 이 터는 서울수도원이란 간판을 달고 원광중고등학교와 서울회관 건립 등 교단적인 난제가 생겼을 때 일부 부지를 매도하여 교단적 위기를 넘긴 적이 있다.

즉, 목적사업은 아니더라도 교단의 당시 현실적 이익에 부합하게 사용된 셈이다. 현재 이 터는 예술인교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래 포석'인가
‘현재 교화'인가


문제는 최근 교단 부동산의 소유·유지가 일선 교무들의 정서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단의 부동산 유지 및 취득은 사실상 ‘미래를 위한 포석'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일선 교무들은 '현재의 교화'를 위해 교단의 모든 재화와 역량이 집중되기를 바란다. 현재가 없는 미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교단의 지도부는 이소성대(以小成? 작은 것으로써 큰 것을 이룬다)의 창립정신에 근거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적 종교로의 기반을 마련하자고 한다. 그러나 일선 교무들은 사실상 ‘미래에 대한 막연한 포석'보다는 '미래를 위한 현실적 기반'을 원한다. 이같은 생각이 이해와 설득을 통해 격차를 좁히지 못했을 때, 조직의 동맥경화가 하나씩 발병하게 된다.

유휴토지의 개발은
종교적·환경적으로


교단의 부동산은 바다를 막아 옥답을 일군 영산 정관평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정관평은 교단 창립정신을 상징하는 부지로 지금까지도 교단의 혼이 되고 있다.

원기9년 전법을 위해 익산에 총부 기지를 정하고 불법연구회장인 서중안과 회원들의 성금으로 초가 2동을 마련한다. 이것이 익산성지의 출발로 지금은 교단 행정·교육·수양의 중심이자 많은 교도들의 성지순례처 이다.

이처럼 교단의 유휴토지는 고유목적을 위해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교단 경영을 위해 쓰이는 수익 사업용 부동산도 늘어가고 있다.

교단 유휴토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사업성을 검토하여 개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재의 유휴토지는 법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하거나 사업 타당성이 없는 토지가 대부분이며 개발 가능한 부동산은 많지 않다.

그중 논산의 벌곡, 익산 웅포, 군산 나포, 의정부 용현동, 수계농원, 진도·거창·순창의 일부 등이 개발 가능한 지역이나 군산 나포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개발비용 및 교단내부 정서 등의 문제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무출신후원사업을 위한 서울 방배동 부지처럼 목적사업에 쓰거나 통일 후 대북교화를 대비한 양구 부지, 개교1백년을 준비하는 익산성지 정비처럼 분명한 목적이 있는 것은 대중과의 교감이 성립된 것이다.

그러나 삼동원 부지는 뚜렷한 목적없이 희사도 아닌 교단적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진 곳이다.

최근 수계농원과 삼동원 부지의 개발 계획을 세우며, 관련 부서는 웰빙과 레포츠 바람에 골프장 안을 내놓았다가 대중들의 거센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종교성과 현재적 지향을 무시하고 경제성만 고려했기 때문이다.

새만금 사업은 개별 의지에 의해 반대운동에 나섰다 하더라도 핵폐기장 반대 운동은 사실상 교단적 의지였기에 이들 부지의 반환경적·비종교적 개발에 대중들은 더욱 분노했던 것 같다. 즉 종교의 기본적 속성인 생명 운동을 펼치다가 또 한편에선 상업적 이용을 구가하는 양면성에 대한 실망이었다. 추진 주체가 틀렸지만 대중은 행정적 분화를 이해하기보다는 이 모두를 뭉뚱그려 교단 지도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교단은 대중을 무시한 지도부만의 질주는 안된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은 것이다.

지도부와 대중 정서
그 입장차를 좁혀야


이처럼 교단 유휴토지의 문제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갭'이자 '대중과 지도부의 입장차'이다.

현재의 교화가 정체되어 인력과 경제력 등이 절실한데 이같은 역량이 미래의 교화를 위해 더 쓰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조율이 필요하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투자가 적절해야 하고, 만일 한 곳에 지나침이 있다면 구성원 모두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해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 사업은 중단되어야 옳다.

일선 교무들은 교단 지도부가 대중의 정서를 이해하고 위로해주기를 바란다. 미래에 대한 포석을 소수의 브레인이 주도하더라도 독점은 원하지 않는다. 소수의 브레인이 대중을 이해시키는 가운데 현안을 적절히 조율해가길 원한다.

교단 유휴토지, 교화력의 극대화를 위해 쓰여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그러나 교화의 현재-미래 갭(gab)을 극복하기 위한 대중과 지도부의 현명한 대화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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