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교화 염원 불연을 기다리며 소리 죽여 기약없이 기도를 올리는 성도교당 교무! 신년이면 7백일째 기도에 들어간다.
태극 도교 사원인 청양궁 본전 앞 바닥에 새겨져 있는 태극 문양. 태극 주변의 12지신과 팔괘가 이채롭다.
도덕경 청양궁엔 ‘도가도 비상도…’로 시작되는 노자의 도덕경이 거대한 죽편에 새겨져 있다.
인천공항에서 3시간 반을 비행하면 닿는 중국 내륙의 도시, 사천성 성도(成都). 중국에서는 청두라 불린다. 산으로 둘러 싸인 분지여서 습윤한 기후를 지니고 있지만 순수함과 비경은 숨어있는 보물을 캐낸다는 느낌이다.

구채구 처럼 순수한 성도

성도 인근엔 구채구 라는 곳이 있는데 물의 색깔과 흐름이 너무나 맑고 아름답다. 곳곳에 숨어있는 폭포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다양한 물의 빛깔, 산 건너 황룡에 이르면 석회암질 돌이 파인 자연의 그릇에 담긴 물의 경관과 색이란…그래서 중국말에 ‘황산을 보면 세상의 산은 더 이상 볼 것이 없고, 구채구를 보면 세상의 물은 더 이상 볼 것이 없다’고 했던가.

성도의 사람은 구채구 처럼 순수했다.

중국 동쪽으로 형성된 인구밀집 지역은 이미 많은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스친 곳이라 순수함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성도에서는 여느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상혼이 거의 없었다. 구채구의 그 맑은 물처럼 말이다. 성도에서는 사람을 접하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유비의 나라 촉의 수도

성도는 《삼국지》에서 유비의 본 고장인 촉의 수도이다.

따라서 도시 곳곳에서 한나라 이후 촉·오·위 삼국의 역사 숨결이 느껴진다. 유비의 무덤과 제갈공명의 사당이 있는 무후사의 뜨락을 걷노라면 《삼국지》의 함성과 역사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유비·관우·장비의 결의가 이루어진 도원도 북경의 그것 처럼 잘 꾸며져 있고, 무덤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산처럼 나무를 심었다는 유비의 묘에 이르면 인생무상이 느껴진다.

성도는 인구 1천2백만명의 도시로 중국 한약의 집산지이기도 하다.

인구가 1천2백만이지만 그렇게 부산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 많은 사람이 모두 어디로 스며들었는지… 몇 곳에 퍼져있는 한약도매시장에 가면 그 엄청난 규모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중국 한약재의 2/3가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니 그럴만 하다. 서울의 경동시장과 대구 약전골목은 아담하다고나 할까?

동양종교의 원형을 찾아

신년을 맞아 성도를 찾은 이유는 종교와의 밀접한 관련성 때문이다.

성도는 중국 도교의 발원지이다. 또 중국불교 5대 성지인 아미산과 낙산대불의 고장이며, 티벳과 돈황으로 이어지는 관문이기도 하다.

도교는 태극을 상징으로 동양의 음양사상을 발전시켜온 한 모태이다. 불교가 전래될 때 중국인들은 도교사상으로 불교를 이해하는 격의불교를 탄생시켰다. 물론 이 격의불교는 구마라즙이라는 걸출한 인물에 의해 바로잡혔지만 말이다. 시내의 청양궁은 거대한 도교 사원으로 종교로서의 도교를 이해할 수 있고, 도덕경으로 잘 알려진 노자도 만날 수 있다. 인근 청성산엔 도교 총림이 있다.

아미산과 낙산대불

불교와의 관련성이 성도 여행의 백미이다.

아미산은 중국불교 4대 성지 가운데 하나로 3천1백미터에 이르는 산을 버스로 굽이쳐 올라가 또 케이블카나 약간의 등반을 해야 운해가 보이는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경주의 남산과 같은 곳이라고 할까? 산 전체가 사원과 불교 유적들로 빼곡이 차 있다. 군데 군데 보이는 원숭이들은 고경속 스님들의 선시에 더러 나오는 움직이는 자연이다.

인근 낙산에는 높이가 71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부처님이 계신다. 이른바 낙산대불이다. 자연석을 깎아 강변에 만든 것으로 낙산시는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시내 전 지역의 건물이 71미터를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고 있었다. 이 낙산도 자그마한 산 전제가 사원들로 이루어져 있음은 물론이다.

티벳·돈황 향해 열린 길

불교는 인도에서 세 경로로 전파된다.

▷스리랑카를 통해 동남아 일대로 간 소승불교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래된 대승불교 ▷히말라야 산 속으로 들어간 티벳불교가 그것이다.

성도는 티벳으로 가는 길목이자 실크로드 상에 위치한 돈황을 바라다 본다. 최근 개통된 북경-라싸(티벳의 수도) 기차는 성도를 지나는데 북경에서부터는 너무나 지루하다. 하지만 성도에서라면 시도해 볼만하다. 하루정도 걸리는데 우리 돈 6만원 정도로 중국이 자랑하는 티벳행 기차의 절경도 모두 이 구간에 서 볼 수 있다.

돈황의 막고굴은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곳이자 팔만대장경, 게다가 각종 그림과 고문서의 보고이다. 불교인이라면 반드시 한번쯤 들러야할 곳 중 하나인데 기차를 타면 황량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자기와 내면의 대화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여정이다.

종교 도시에서 교화를 꿈꾼다

이곳 성도엔 교당이 있다. 교도 하나 없고 교무만 오로지 한 분 있는…

불연을 기다리며 소리 죽여 기약없이 기도를 올리는 교무님! 행여 담 넘을까 목탁소리도 죽여가며 치고, 독경도 속삭이듯 해야 하는 중국 교화의 비애감. 아무 때나 목탁 칠 수 있고, 독경도 소리껏 할 수 있건만 우리는 그 수행에 얼마만큼 독공을 드리고 있는가? 자문해 보니 부끄러움만 앞선다.

이같은 정성이 뭉치고 뭉쳐 대륙의 교화는 조만간 빛을 볼 것이다. 종교의 고장 성도에서 말이다.

협찬 : 원광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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