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이 물듦이 없어서 본래에 스스로 두렷이 이루었나니, 다만 망연만 여의면 곧 여여한 부처니라.  <수심결 3장 중>

마음이 곧 부처이니 부처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절대로 밖에서 찾지 말고 안으로 자신의 마음을 살피라는 보조국사의 간절한 부탁이 계속된다.

마음 바탕이 밭이라면 그 밭에서 생장하는 채소나 잡초는 마음 작용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내가 경작하는 밭이나 부처가 경작하는 밭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밭은 잡초만 무성하니 나의 밭에서는 좋은 채소를 재배할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나의 밭이나 부처의 밭이나 조금도 다름없는 기름진 땅이다. 그 사실만 깨닫는다면 곧 바로 유용한 채소를 재배하여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보조국사는 '일체중생의 가지가지 환화가 다 여래의 원각묘심에서 생긴다'는 사실을 재삼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생각하며 느끼는 마음 작용들이 바로 부처와 조금도 다름없는 마음 바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심성은 본래 물들지 않고 본래에 스스로 두렷이 이루어져있으므로 다만 망연만 여의면 곧 여여한 부처󰡑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망연이란 경계를 대할 때 아무 근거없이 자의적이며 임의적으로 짓는 우리의 생각들을 말한다. 그것은 곧 번뇌이기도 하다. 달리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내 스스로 나의 기대에 못 미친다 하여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 모두가 망연이다.

그러나 보조국사가 말하는 망연은 마치 묵은 때가 잔뜩 낀 거울을 청소하듯 어떤 힘든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태양이 솟으면 어둠은 저절로 사라지듯 마음을 밝히면 저절로 없어지는 헛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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