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인은 크고 작은 경계를 당할 때
시시때때로 아닌마음을 가지치기 해야한다

▲ 김호인 교무·제주국제훈련원
모든 것이 신기하지만 낯설지 않은 제주에서의 삶은 새로운 환경 변화로 목마른 나의 영혼에 서서히 갈증을 풀어준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노랗고 탐스럽게 익은 주먹만한 귤~ 따뜻한 봄소식을 제일먼저 알리는 유채꽃~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까만 돌과 바위~ 그리고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도시를 이루고 있는 푸른 바다~ 이 대 자연의 오묘함에 고개 숙여 경이로움으로 합장 한다.

그래서 간간히 착각도 한다. ‘넘실거리는 푸른 파도위에 귀풍스런 연꽃 한 송이가 두둥실 떠 있는 ‘ 신비의 섬 제주도임을~.

제주를 모르는 왕초보자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도 하나있다. ‘네비게이션’이다. 왜냐면 지나칠 정도로 근면 성실하여 거리에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도시 제외) 하늘에 별따기다. 그래서 나 또한 한 달 전에 몇 몇 교당을 찾아다니면서 사람의 그림자 없는 거리에서 헤매며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추억도 있다.

아무튼 국제도시이며 특별자치도가 된 이곳 제주에 근무하면서 ‘우리 집’을 소개한다. 제주국제훈련원은 20여 년 전 대산종사님의 유지를 받들어 해외교화의 전진기지로 자리 잡은 곳이다. 한라산 중턱 약 400고지로 지금은 소나무와 잡목들이 풍성한 청년나이가 되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 잠간 머무시다 가신 좌산상사님께서 손수 낫을 들고 만들어 주신 정감 넘치는 오솔길도 있다. 사각 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명상에 젖고 삶에 활력을 주는 산책로 또한 어르신들도 다닐 수 있는 평평한 좌산로이다. 그리고 그 숲 속에는 간간히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들의 지친 심신의 휴식처로 마련한 황토방도 있다. 원목과 원형으로 건축 된 4평정도의 천연 자연 목재 건물로 살아 숨쉬는 황토방이다. 푸른 숲으로 우거진 제주국제훈련원 또한 영기가 어린, 말 그대로 청정지역이다.

그런데 문제는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는 나무 ‘잎’ 들이다. 변덕스런 제주 날씨에 휘말려 훈련원 건물 옥상 배수구를 때때로 막아버린다. 이런 경우 옥상에 고인 물은 건물 내부로 스며들어 간혹 누전이 되고 건물 습도를 높인다.

그래서 전임교무로 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꼭 점검해야 된다"는 부탁까지 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훈련원 내외부의 잡무를 도맡고 있는 부교무는 건물 주위의 나무들을 이곳저곳 살피면서 가지치기를 해준다. 그 모습을 본 나의 마음에 떠오른 한 생각을 놓치지 않는다.

‘그래, 나무도 가지치기를 해 줄때 쓸모 있는 목재가 되듯이 공부인도 아닌 마음 나무 가지 쳐주듯 교법으로 가지치기해야 한다.’

그래야 어디가나 꼭 필요한 사람으로 스승님께서 바라시는 제자가 된다. 특히 일원상 진리를 신앙하고 수행하는 공부인이라면 ‘늘 한 생각 잘 챙겨’ 크고 작은 경계를 당할 때 마다 시시때때로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생명이 담긴 희망도 걸어 본다. 곧 ‘법가지(法可止)’다. 법가지란 주법에 맥을 대고 공부하는 것이다. 맥을 대야 기운을 받고 힘을 타고 큰일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성불제중하고 제생의세의 뜻을 세운 공부인은 먼저 가지치기를 하여 잘 다듬어진 가지에 법가지한 신성으로 대종사님의 혜명의 등불로 세상에 우뚝 서보자.

신비롭고 아름다운 평화의 섬 제주의 대산종사님과 스승님들의 성령이 어린 제주 국제훈련원에서 오늘도 가지치기와 법가지로 나를 단장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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