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조에 대한 연구’ 다시보기

■ 팔조는 독립된 수행 방법론
■ 보편적 윤리규범으로 끌어내야
■ 진행·사연사조 분리한 체계화된 설명 필요

원불교의 중심교리는 법신불 일원상을 정점으로 하여 신앙문으로서의 사은 사요와 수행문으로서의 삼학 팔조를 들 수 있다. 그 가운데 팔조는 삼학 수행을 촉진하고 권면하는 조항으로서 성격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자칫 팔조를 삼학 수행의 보조적 역할만을 하는 교리로서 인식할 수 있는 우려를 낳는다.

대부분 팔조에 대한 학문적인 논의는 삼학을 설명하고 보완하는 차원에 그쳐 있으며, 독자적으로 팔조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하는 것은 드문 편이다.

이런 의미에서 ‘팔조에 대한 연구’(박상권, 원불교사상 26)는 팔조에 대한 교리상의 위치를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위 논문에서는 먼저 팔조의 형성과정을 통하여 그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팔조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교법을 초안할 때부터 등장한다. 즉 원기 5년 부안 봉래산에서 교리강령으로서 인생의 요도 사은사요와 공부의 요도 삼강령 팔조목을 발표하였던 것에서 비롯한다.

초기교서 가운데 <불법연구회규약>에 팔조는 분명히 명시되어 있으며, <수양연구요론>에는 연구의 진행조건과 연구의 사연조건이라는 별도의 장을 두어 그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비로소 K보경 육대요령>에서 현행 I정전 J의 내용과 같이 완정되었음을 알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팔조의 구체적인 내용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고봉선사(高峰禪師1238-1295)의 I禪要 J에서 참선하는데 요긴한 조목으로 하나는 대신근(?信根)이요, 둘은 대분지(?憤志)요, 셋은 대의정(?疑?)이라 하는 부분을 들어 진행사조와의 관련성을 들고 있다.

진행사조 가운데 신과 분과 의에 더한 성은 유교에서 중시하는 덕목인 점을 들어 유·불·선 삼교 회통의 관점으로 보아야 함을 강조한다.

팔조 전체의 내용은 초기 교단의 참고서였던 <수심정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들고 있다. 진행사조는 물론 불신자(不信者), 탐욕자(貪慾者), 나우자(懶愚者)가 언급된 점을 들고 있는 것으로 이를 증명하지만 팔조의 근본뿌리가 동양의 삼교 수행법에 있음을 간과하지 않고 있다.

팔조의 교리상의 위상에 대해서는 팔조가 삼학 수행을 추진시키는 교리이나 삼학 수행의 보조과목으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독립된 수행방법론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팔조가 일원상 진리를 정점으로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을 뒷받침하는 수행의 과목이며, 동시에 인생의 요도인 사은 보은과 사요 실현으로 적극 이끌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밝힌다.

그러나 권장조목과 금기 조목으로서 빈틈없는 공부길을 밝혀 놓은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 계문과 솔성요론을 팔조와 관련하여 항목별로 배치한 것은 역시 무리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관련성에 대해서는 좀 더 세심한 항목별 성격규정이 필요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팔조를 삼학의 보조과목이 아닌 독자적인 교리적 위상에 대한 강조와 윤리 규범적 성격으로 파악하여 보편적인 윤리 규범으로 끌어낼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팔조의 각 항목에 대한 분석, 진행사조와 사연사조를 분리한 체계화된 설명, 그리고 무엇보다 팔조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가 지속됨으로써 그 교리적 위상은 더욱 확실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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