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빛 바랜 사진 한 컷

▲ 제주도 애월 ‘하귀마을’에서
<김호인 교무·제주국제훈련원>

그날은 각 지역에서 흩어져 사는 가까운 도반의 자매들이 80세를 바라보는 어머님을 모시고 효도관광 차 평화의 섬 제주공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나는 정성과 준비로 숙박과 관광을 책임지고 국제훈련원 펜션과 살아 숨쉬는 황토 방으로 정중히 모셨다.

다음 날 훈련원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신령스런 기운을 온몸으로 마시며 경쾌한 옷차림으로 관광 첫나들이가 시작되었다.

우리 일행은 사람들의 발길이 미치지 못한 곳과 특별한 관광지만 찾아 일주를 하며 동남아까지 갈 필요가 없다면서 제주의 기묘한 절경에 감동과 찬탄을 했다.

노모님은 세 자매의 지극한 효성과 효심 속에 푹 파묻혀 든든하고 흐뭇함으로 얼굴엔 웃음 만복이다.

둘째 날 관광을 마치고 훈련원으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는 전연 예상치 못한 멋들어진 한 말씀에 우리는 박장대소로 화답했다.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 ! 내일 출근할지 몰라. 출석부에 도장 찍어야 될 터 인데”하시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와~ 우리 엄마 정말 멋쟁이네. 정말 세련 됐어!” 나 또한 양념을 친다. “아니 어머님은 어찌도 그렇게 신세대이십니까”하니 옆에 큰 따님이 “작년에 결혼한 막내 며느리하고 함께 사시더니 우리 엄마가 감각이 젊어지셨어요”했다.

그 다음 날 노모님은 “내가 제일 먼저 도장 찍었어!”하고 황토 방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나오셨다.

또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끝말을 이어가는 게임에도 노모님은 척척이다.

오히려 젊은 친구들이 실수 하여 벌칙으로 노래 한곡씩을 어머님께 공양했다. 3박 4일동안 낮에는 아름다운 제주자연과 한 몸 되어 웃음보따리를 수 없이 풀고 밤에는 산소 같은 황토 방에서 피곤한 심신 푹 녹였다. 노모님과 자매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극락이 따로 없다. 바로 이곳이 극락”이라며 즐거워하는 가족과 어울려 세상 모든 근심걱정 다 털어버린 순간순간들은 은혜와 사랑과 행복 충만이었다.

그들을 보낸 후 나는 가끔씩 보고픈 사람이 떠오르면서 우울해 진다.

그런 나를 보고 스스로 위로하고 달래기 위하여 바닷가로 발길을 돌렸다. 한적한 바다를 거닐면서 소리 없는 함성을 지른다.

“어~머~니~! 엄~마~”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우리 엄마! 나의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빛바랜 사진 한 컷을 만들어 가끔씩 남모르게 펴보지만 그날따라 유난히도 그리움이 사무쳐 속이 아렸다.

바위에 앉아 먼 파도를 바라본다. 생각하면 할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그리움은 깊어만 가고 짙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날이면 꿈속에서라도 한번 뵙고 싶지만 그것 마저 허락하지 않아 때론 야속하기 까지 한 어머니!

수년 전 너무도 갑작스럽게 그리고 빨리 쉽게 우리 곁을 떠나신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그래서 다짐한다.

부모님께 보은하는 길을 알려주신 대종사님 법문 받들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자고. 그리고 효심 장한 세 자매와 80세를 바라보는 노모님! 건강하시어 자녀들의 효성 다 받으시고 천수를 누리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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