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깊은 마음공부와 직결
깨달음의 문화 이웃과 공유 필요

▲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원평교당 법당에 연등이 고요히 불을 밝히고 있다.
경전 중에 예전에 많이 읽혔던 <현우경(賢愚經)>이나 <법화경(法華經)>등에는 그 유명한 빈자(貧者)의 일등(一燈) 혹은 빈녀(貧?)의 일등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신심 깊은 가난한 여인이 모든 정성을 다해 부처님께 등을 공양했는데, 다음 날 국왕이나 부자의 만등은 다 꺼졌음에도 여인의 등만이 꺼지지 않았음을 보신 부처님이 이 여인에게 부처가 될 수기(授記)를 하셨다는 내용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방이나 북방불교를 불문하고 부처님 오신 날을 기점으로 연등과 관련된 행사가 이루 헤아릴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등에 대한 말씀은 종래의 여러 경전에 의거해 다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실용적인 의미인데 율장(律藏) 등에서 규정한 것으로 스님들이 거처한 곳에 조명 도구로써 등을 사용하게 한 점이다. 여기에는 이에 대한 설비나 사용법 등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두 번째로는 등을 보시함으로써 얻어지는 공덕에 관한 법설이다. 불법승 삼보를 믿고 절과 탑에 등을 밝히면 삼세에 지혜를 얻어 삼십삼천에 태어난다는 설이다. 세 번째는 부처님께서 열반 시에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무명의 어둠을 타파하는 자신과 진리의 등불에 의지하라고 하신 말씀이다. 이는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4축2재 가운데, 연원불이신 석존의 성탄절을 소중하게 기념하는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첫째는 보시의 공덕이 무엇보다 소중함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겠다. 대승불교의 정신인 보살도의 기본덕목으로 제시된 6바라밀의 첫 번째는 보시이다. 험하고 힘든 이 시대에 보시, 법시(法施, 진리를 가르치는 것), 무외시(無畏施, 공포를 제거하고 안심을 주는 것)의 의미를 깊이 느끼고 실천해야 하겠다.

둘째는 법을 얻기 위해서는 전신전수(全信全受, 온전히 믿고 바쳐야만 진리와 스승은 모든 것을 다 들어 주시고 법을 전한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진리와 스승과 마주하는 자신이 한 점의 거짓이 없이 오롯하게 바치고 믿으며, 진리와 스승의 뜻대로 사는지 늘 반성하고 점검해 보아야 한다.

셋째는 대종사님께서 요훈품 41장에서 “도가의 명맥은 시설이나 재물에 있지 않고 법의 혜명을 받아 전하는 데에 있나니라”고 하신 말씀처럼 혜명의 등불로서 깊이 새겨야 한다는 점이다. 속 깊은 마음공부의 소중함이 오늘날 여기에 직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만등회 등의 전통이 있어 오늘날에도 석존성탄절을 기념해 사찰마다 등을 밝히는 관습이 내려오고 있다. 진리와 인간의 심성을 관통하는 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의 훌륭한 문화적 자산을 공유하게 된 것이다. 불교가 토착화하는데 기여한 공로가 적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불법의 생활화를 지향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이러한 전통을 잘 살려 쓰는 한편, 우리의 삶과 깨달음의 문화를 창조적으로 상징화하여 이웃과 공유하는 작업도 대중교화의 큰 틀에서 깊이 새겨보아야 하는 과제가 올해의 이 경절이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원익선 전문기자 wonyosa@naver.com

사진 남세진기자 nam@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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