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또한 까마귀 울고 까치 지저귀는 소리를 듣느냐?” 가로되 “듣나이다.” 가로되 “네가 또한 너의 듣는 성품 가운데에도 허다한 소리가 있음을 듣느냐?” 가로되 “이 속에 이르러서는 일체의 소리와 일체의 분별을 함께 가히 얻지 못하리이다.” 가로되 “기특하고 기특하다. 이것이 관음보살이 성리에 들어가신 문이로다.” <수심결 18장 중>

마음에 대한 보조국사의 설명은 계속 이어진다. 보조국사께서 이렇게 마음에 깊이 천착하는 것은 마음에 대한 정확한 이해야말로 수행에 있어서 핵심이며 또한 기본이 되기 때문이다.

수행이란 어느 특정인이 제시하는 주관적이고 임의적인 교설이나 원칙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본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자는 것 이외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새소리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고 있다. 문득 들려오는 까치소리를 생각해보자.

까치의 지저귀는 소리는 공기의 진동을 통해 귀에 닿고 청각을 통해 까치소리임을 인식한 것일 뿐 내 마음 속 어딘가에 까치소리가 저장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 까치소리뿐이랴. 시냇물 소리, 바람소리, 자동차 소리, 사람들의 목소리… 잠시 동안의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소리를 듣고 인식하지만 내 마음 어느 구석에도 그런 소리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리뿐만 아니라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말하고 느끼는 등 육근 동작이 모두 마찬가지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혜가대사와 달마대사의 문답으로 연결된다.

‘저의 마음이 불안하니 편안케 해 주십시오.’ ‘그 불안한 마음을 가져오너라. 그러면 편케 해주리라.’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내 이미 너의 마음을 편안케 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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