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호 교무 / 교정원 기획실장>

‘6·15 공동선언 7주년 기념행사 갈등 속 폐막’

평양에서 열린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석하고 인천공항에 내려 접한 중앙일간지의 관련기사 헤드라인이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사만 보고 판단하니 상황이 왜곡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6월15일 오전 10시경, 평양인민문화궁전을 가득 메운 6천여 청중이 박수를 치다 주석단이 단상에 나오지 않자 영문도 모르고 마냥 기다리기만 해야 했다. 한 시간 여 후, 1층 로비에 따로 모인 남측참가자들은 백낙청 상임대표로부터 경과를 들었다.

북측이 한나라당 의원의 배제를 요구한데 대해 “특정 정당을 제외하는 것은 남북의 모든 계층을 망라하여 참여하기로 한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반하므로 거절 의사를 통보했다.”는 백 대표의 말을 들은 남측 참석자들은 “이대로 판을 깰 수 없다”며 여야 정치인들을 배제하고 행사를 강행하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부문별로 의견을 모아달라는 집행위원장의 중재를 따랐고, 종단·시민단체·여성을 중심으로 백 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하자는 분위기로 돌아서 재협상에 들어갔다. 15일 당일 행사장에서 무려 10시간동안 식사도 못하고 무료하게 기다리던 남측 참석자들의 비난 대상은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인 북한 당국과 행사참석자들의 열망과 고충에 아랑곳없이 정치적 명분을 고수하는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이튿날 북측과 대회 개최를 합의한 남측집행부는 여러 대안을 놓고 다시 한나라당 의원을 설득했지만 무산되었다. 마침내 지관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롯한 4개 종단 대표들까지 나서 두시간여에 걸쳐 민족대단합을 위해 동참하도록 설득했으나, 북측의 입장 변화 없이는 대회 참가는 무의미 하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대회에 불참하였다.

남·북·해외 상임대표들은 이틀 연기되어 진행된 민족대단합대회에서 남북해외동포들에게 대회사에 앞서 각기 공식 사과를 했고 참석자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17일 아침 6시, 이번 행사에 참석한 김주원 수위단 중앙을 비롯한 교단 대표 10인은 평양의 대동강변에서 법회를 열고 ‘금강현세계 조선갱조선 (金剛琅世界 朝鮮更朝鮮)’이라 하신 소태산 대종사님의 전망법문을 새기며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어받아 남북통일을 위해 남북해외동포가 열린 마음으로 합심 합력할 것을 기원하였다.

15일 오후, 대타협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인민문화궁전 계단에 걸터앉아 평양의 거리를 바라보며 긴 시간 대화를 나눈 백발의 60대 독일 동포가 “남북문제에 관한 해법을 푸는데 동독의 사례를 전감삼아야 한다. 통일운동을 하는 과정에 우선 손해를 보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며 당부한 말이 귓가에 선연하다.

6·15선언 7돌에 가까스로 이어진 6·15정신이 통일로 가는 초석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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