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피해 극복하고 해상훈련원으로 새 단장
정화대·종각집·은생수는 교단정신 뿜어내고

육지를 그리워한 하섬은 한 달에 두 번씩 변산의 품에 안긴다. 그 모습이 마치 법맥을 잇고자 하는 선재동자처럼 느껴진다. 대한민국에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바다 갈라짐 현상이 나타나는 9곳 중 하나이다.

서해안…변산, 격포를 향해 가다보면 고사포를 지나 성천 앞바다에 떠있는 섬이 하섬이다.

6월말의 하섬은 2년전 폭설로 대파되었던 모든 시설의 복구를 마치고 마무리 단장중이었다. 가족단위로 쓸 수 있는 방들이 13개에다 방갈로가 3개니 50∼60명 규모의 청소년 훈련이나 교당 단위의 훈련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규모다.

하섬은 교단 유일의 해상훈련원이다. 바닷가 바위에서 독경을 하면 목탁소리에 몰려오는 고기떼, 바다 건너 육지의 번다함과 물리적으로 차단된 선 터, 밤 바람에 물 젓은 모래를 차면 일어나는 불꽃들, 이름표를 달고 있는 2백여종의 어우러진 수목…이제 그 정취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무더운 여름, 잠시라도 집밖을 나서면 부산한 인파에 시달려 오히려 피곤함만 가중된다. 그러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휴식과 더불어 간절한 기도를 하고 싶다면 하섬을 찾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대산종사 말씀하시기를 “하섬은 나와 인연이 깊은 곳이다. 내가 영산에서 형산법사와 같이 재방언공사를 할 때에 바쁜 중에도 교리해설을 요청하므로 그때부터 정전대의를 연마하기 시작했고…(중략)…하섬으로 와서 영산에서 준비한 정전대의를 전해주었다…(중략)…또 한번은 이 하섬의 밭에서 용이 수없이 등천하는 꿈을 꾸었다. 꿈은 꿈이나 용은 부처님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많은 불보살이 배출되고 큰 기운을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대산종사법어 3집 제1편 40)

원기44년 하섬을 처음 찾은 대산종사는 해상선원 설치를 염원하고 ‘하섬은 성불도(成佛島)’란 표현을 했다. 또 이곳에서 정전대의를 탈고한 대산종사는 교리실천도해를 그리기 시작했고, 범산종사는 정화사를 설치해 7대 교서 편수작업을 했다. 봉래정사 석두암과 원광선원에서 이어지는 하섬은 교법 제정의 큰 축이자 살아있는 교단 정신이다.

당시 대산종사 머무시던 종각집은 기도실과 참배도량으로 변모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하섬의 또하나 명물은 지하 60m의 석간수가 솟아나는 샘 은생수이다.

원기46년 대산종사의 명에 의해 제자들이 땅을 파기 시작했는데 큰 바위가 나와 작업이 중단되었다. 그러나 우직한 제자 동산 이병은이 바위를 뚫고 계속 파내려가 결국 하섬의 유일한 물줄기를 찾아내고야 말았다. 원불교에서는 솥을 아홉번 고쳐 걸었다는 구정선사의 심법을 넘는 모습을 종종 여기서 찾곤 한다.

석양 무렵, 바스락 거리는 조개껍질을 밟으며 섬을 한 바퀴 휘도니 문득 하섬의 모든 것을 껴안고 싶어졌다. 서해의 수평선이 붉은 해를 삼키니 가슴 뭉클한 대인의 삶이 다가온다.

하섬! 원불교 교도라면 누구나 한번쯤 순례도량으로 삼아 함양대원기(?養?圓氣)하는 대산종사의 숨결을 느껴야 한다. 바닷가 바위에서 몰려드는 수중 생령을 보고 송경으로 제도의 공덕을 나투고, 은생수에서 구정선사의 심법을 넘는 동산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