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강의 29 / 좌선법

고원국 교무·원광대 대학교당

세상사 무척 바쁩니다. 속눈썹을 휘날리며 뛰어다녀야 겨우 목멍에 풀칠한다며 항상 동동거립니다. 먹기 위해 사는 것이라지만 아침은 굶기 일쑵니다. 정작 밥 먹는 시간도 모자라 길거리에 서서 패스트푸드로 허겁지겁 간단하게 한 끼 때우는 경우도 흔합니다.

퇴근길 만원버스와 지옥 같은 지하철에서 혹시 빈자리를 차지하는 행운이 나에게 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부지런히 눈을 돌려봅니다.

하지만 결국 인파 속에 이리저리 떠밀리다 파김치가 되어 가까스로 집에 돌아옵니다. 머리는 헝클어지고 다리는 퉁퉁 부었습니다. 쓰러지듯 드러누우니 꼼짝도 하기가 싫습니다. ‘인생은 괴로움이다’는 말씀이 절실히 와 닿습니다. ‘왜 이러고 사는지…’

흔히들 “모든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일을 하다보면 도리어 내 마음이 일에 따라 좌우됩니다. 뜻대로 되는 일이 별로 없어서 수시로 열을 받습니다.

촌음을 다투다보니 입이 바싹바싹 마릅니다. 침조차 삼키기 어려울 지경입니다. 눈앞의 작은 이익에 눈이 어두워져서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또 하루가 시작되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송아지처럼 내키지 않는 걸음을 다시 되풀이합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합니다.

머리에는 뜨끈뜨끈 열이 오르고 마음은 부글부글 끓어오릅니다. 눈이 침침해지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습니다. 내 몸이 내 몸이 아니고 내 맘이 내 맘이 아닙니다. 돌고 도는 인생이라지만 이건 절대 아닙니다.

빈속을 달래기 위해 선채로 그냥저냥 때우지 말고 앉아서 천천히 드십시오. 어깨를 부딪치고 발등을 밟혀가며 시달리지 말고 앉아서 편안히 가십시오.

종일토록 자신을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내던지지 말고 시원한 물속에 발 담그고 앉아서 쉬었다 가십시오.

소태산 대종사님은 ‘몸과 마음이 한결 같으며 정신과 기운이 상쾌해지는 공부 방법’을 챙겨보라고 하십니다. 좌선입니다. 아주 간단하고 쉬워서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가능합니다.

편안히 앉은 후에 머리와 허리를 곧게 하여 앉은 자세를 바르게 하면서 호흡을 고르게 하는 것입니다. 온몸의 힘을 단전에 툭 부리어 오직 단전에 기운 주해 있는 것만 대중 잡으면 됩니다.

이와 같은 공부 방법으로 오래오래 계속하면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나와 극락이 하나가 됩니다. 일단 앉아보십시오. 그렇게 자꾸 돌아다니지만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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