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있는 공간 / 백두산 기행문

“백두산 천지에서 의연한 고요를 보았고,
순진한 평화를 만났으며,
우리의 기도 위력에 벅찬 감동을 느꼈다”



송정원 교도 / 이리교당


롤러코스터같은 스릴 넘치는 지프를 타고 흰 자작나무 숲을 지나 가파른 벼랑길을 올라 우리 이리교당 도반들은 이곳에서 어떠한 종교적 활동도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안내자의 주의사항을 듣고 아쉬운 마음으로 각자 간절하게 일원상서원문을 외우며 부디 우리민족 기상의 발원지인 백두산 천지의 맑고 밝고 훈훈한 기운을 받은 백두산산상기도의 위력으로 교단의 교화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염원 했다.

또한 공도정신으로 이번 법인절 행사를 베풀어 주신 훈산 윤신택 교도회장님을 본받아 우리도 결복대운을 개척하는 주역들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면서 백두산 천지로 향했다.

지프에서 내려 눈앞에 펼쳐진 백두산 정상의 거침없는 풍경을 감격할 새도 없이 몰아치는 돌바람을 피하느라 움츠리고서 숨찬 계단을 오르는데 앞서간 도반들의 함성이 돌바람을 몰아낸다.

청정한 모습으로 한 눈에 들어온 천지, 우리는 거기서 가장 의연한 고요를 보았고 가장 순진한 평화를 만났으며 우리의 순한 기도의 위력에 눈물겹도록 벅찬 감동을 느꼈다.

자연의 이 경이로운 이치에 온갖 집착과 탐심을 놓아버리고 거칠게 불어오는 돌 바람에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내니 백두산 천지와 함께 마음이 한없이 넓어지고 깨끗해졌다.

굳이 설명기도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그 순간 그대로 자연이 주는 법문을 선물로 받으며 도반들과 함께 서로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기도를 조심스럽지만 간절하게 가진 후 이렇게 큰 자연의 설법을 또 다시 들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천지를 뒤로했다.

맑은 날씨 덕에 장백폭포로 흘러내린 천지 물에 발을 담궈도 보고 온천욕도 즐기다가 두만강 넘어 북한을 바라보며 분단의 비극에 가슴저려했고 통일을 염원하는 기도도 했다. 두만강변을 따라 자랑스러운 민족시인 윤동주가 나고 자란 간도의 명동촌과 용정으로 가는 길에 청산리 대첩의 만주 백운평등 항일 운동의 전적지를 멀리서 바라보며 공심으로 살다간 그 분들의 삶이 얼마나 향기롭고 얼마나 풍요로운지, 이러한 삶을 사는 분들이 있어서 새로운 세상은 창조되는 것이겠지 라는 생각도 가져보았다.

개교 백주년에는 우리 이리교당에서 일천명의 교도들이 법회를 보는 감격을 누릴 수 있도록 교화사업에 노력하는 교도들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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