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번뇌는 사랑하고 미워함에서부터

장석준 교무/영산선학대 교수

자비와 지혜가 자연히 더하고 밝으며, 모든 죄업이 자연히 없어지고 공부가 자연히 더 진보되어 모든 번뇌가 다하는 때에 생사가 끊어질 것이요,

<수심결 25장 중>

인터넷의 어느 카페에 소개된 글이다. “어느 인디언 노인은 내면의 싸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 안에는 개 두 마리가 있소. 한 마리는 고약하고 못된 놈이고, 다른 한 마리는 착한 놈이오. 못된 놈은 착한 놈에게 늘 싸움을 걸지요’ 어떤 개가 이기냐고 묻자 노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내가 먹이를 더 많이 준 놈이오’ ”

마음공부에 대해서 매우 적절한 비유라 생각된다. 일어난 마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일어난 마음이 더 이상 힘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그 최상의 방법은 일어난 그 마음을 그대로 지켜보는 것이다. 경계를 대할 때마다, 마음 작용이 일어날 때마다 그 일어난 마음에 휩쓸려가지 말고 일어난 그 마음의 자초지종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일어난 그 마음은 자연히 힘을 잃고 고요함과 평정을 되찾게 되는 것이 마음 작용의 이치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들은 일어난 그 마음에 휩쓸리게 되고, 마침내 그 마음이 주인이 되어 모든 주권을 행사하게 내버려두고 만다.

항상 본래 면목을 비추어봄을 잊지 않을 때 자연히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저절로 담박해지며, 아울러 두루 국한 없는 넓은 마음이 되어 시방일가 사생일신의 보살심이 된다. 자비와 지혜는 서로 바탕(?智相資)이 된다. 자비심이 가득할 때 중생제도의 천만방편이 지혜로 밝아지고, 불생불멸 인과보응의 이치를 깨달았을 때 중생제도의 자비심은 더욱 간절해진다. 모든 번뇌는 사랑하고 미워함에서부터 시작된다. 사랑하고 미워함이 담박해지면 자연히 일체의 번뇌가 소멸되고, 생과 사의 집착에서 벗어나 생사가 끊어진 열반에 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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