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 혜는 곧 자성의 본질

성리에 드는 문이 많으나 정과 혜 아님이 없고 그 강요를 취하건대 다만 자성상의 체와 용 두 가지뿐이니 앞에 말한 공적 영지가 이것이라 <수심결 26장 중>

수심결 즉 마음을 닦는 비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혜쌍수(定慧雙修) 즉 정과 혜를 아울러 평등하게 닦는다는 대원칙이다. 이는 정과 혜를 함께 닦지 아니하고 먼저 정 즉 고요함을 얻은 후에야 혜를 닦는다는 어리석음에 대하여 강하게 경책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위의 본문은 ‘정과 혜를 아울러 평등하게 닦는다’ 말의 의미와 그 원리에 대해서 다시 설명하는 부분이다. 성품의 이치에 계합하여 구경처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수없이 많은 경전과 논설들이 있지만 그 핵심은 정과 혜를 닦는 것에 벗어나지 않으며, 그 이유는 우리의 자성의 본체와 작용이 본래 그러하기 때문이며, 그 본체와 작용의 모습은 한마디로 공적영지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삶의 여정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인격완성을 위한 노력일 것이다. 그래서 누구를 존경하는지, 누구를 닮고 싶은지가 중요한 관심거리가 되고, 가끔 매스컴을 통하여 청소년들이 존경하는 인물, 닮고 싶은 인물이 설문 결과를 통하여 발표되기도 한다. 매스컴이 발달되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대중적 인기인들이 청소년들의 우상이 되는 것도 우리 삶의 한 단면이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대중적 인기에 의하여 자신의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 보다는 자신의 개성과 창의성, 곧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찾아나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한걸음 나아가 인간의 인간됨, 곧 인간의 본성은 찾아나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텅 비어 고요하면서도 신령스런 앎을 갖추고 있는 자성의 체와 용 즉 정과 혜를 떠나서 논할 수 없다. 정과 혜는 곧 자성의 본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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