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에서 만난 성직자 / 왕궁 영모묘원 이 인 경 교무

생과 사, 만남과 이별의 화두가 있는 영모묘원
1만여 기 입묘해 가장 많은 영가 모시고 근무
지역교화 위해 교구별 의식교화 장소 마련돼야


추석이 다가오면 온 나라가 명절맞이에 분주해진다. 특히 이때가 되면 더더욱 바빠지는 교단 기관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1만여 영령들이 편안하게 영면하고 있는 영모묘원이다.

추석을 열흘쯤 앞두고 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에 위치한 영모묘원을 찾았다. 드넓게 펼쳐진 묘원 여기저기서 시끄러운 기계음이 들린다. 추석 성묘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마지막 벌초작업이 한창이다. 총면적 35만㎡에 실면적 18만㎡로 워낙 땅이 넓어서 처서 전후가 되면 작업을 시작한다고 하니 근 한 달간 벌초를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8년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근무하는 이인경 교무를 만났다. 묘지에 6천여기, 납골당에 4천여기의 영가가 모셔져 있으니 전무출신 가운데 가장 많은 영가들을 모시고 사는 셈이다. 평소에는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1년에 꼭 두 번은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다.

“추석이나 설이 되면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요. 저 아래 주차장이 비좁을 정도로 성묘객들이 모여들어요.”

영모묘원에 근무하다 보면 부모보은의 소중함을 느낄 기회를 많이 갖게 된다. 원광사우회 회원이기도 한 이 교무는 가을전시회에 산소 앞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제출했다. 가족들의 추모 일념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반면 먼저 가는 이를 떠나보내는 모습을 보며 생사에 대해 담담한 심경을 단련하는 공부의 장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가슴 아프고 슬픈 이별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옅어지게 마련이지요. 대종사님께서도 나고 죽는 것이 잠들었다 깼다 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잖아요.”

이 교무는 얼마 전 원불교 홈페이지 교역자광장에 매장보다는 납골로 장례를 안내해달라는 요청글을 올렸다. 매장묘의 수요가 납골당에 비해 많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묘지문제가 계속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최근의 장례 경향에 대해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납골이 30%도 채 되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매장이 반, 화장이 반”이라며 “그래도 지하 1층 지상 3층의 대원전 건물이 만든 지 10년이 되어서야 1층이 겨우 찼다”고 답했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뀐다는 것, 그것도 전통에 대한 것이 변하기 위해서는 참 많은 시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함을 느낀다.

근무의 애로점을 묻는 질문에 이 교무는 “그런 것보다 각 지방별로 납골당이든 영모전이든 의식교화를 할 수 있는 장이 설립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강원도의 한 교도가 열반 후 영모묘원에 묻히기를 원하는데 그렇게 되면 본인은 어떨지 모르지만 사실상 가족교화는 맥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먼 거리를 성묘하러 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의 열반을 계기로 교화 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교무는 “혐오시설로 치부되어 설립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지만 틈새는 있게 마련”이라며 “가족교화, 의식교화를 위해서라도 지역별 시설이 적극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당시 최대규모의 납골당을 세우고 평장을 도입하는 등 고정관념을 깬 원불교 장묘문화의 저력을 이어가는 일이라는 뜻이다.

깨끗이 단장된 영모묘원을 둘러보면서, 먼 거리지만 산소를 찾을 수 있는 것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향이 북녘인 이들은 그나마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에는 정겨운 만남과 함께 생과 사, 만남과 이별에 대한 화두를 가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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