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무출신 발굴 <9> / 나의 출가서원기Ⅰ

▲ 김지인 / 원광대 원불교학과
경전봉독하며 답답함 풀리자 밀려온 안타까움
만고대법 제대로 배워 만생령들에게 전하고파



예비 교무라면 누구나 치러야 하는 고시를 앞두고 공부에 온 시간을 다 투자해야 할 것 같은 이때에 내 자신에게 화두를 걸어보았다.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고, 무엇하러, 어떤 인연으로 오게 되었을까?

2005년, 발을 동동 굴려야 했던 추운겨울도 지나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고3때부터 7년간 출가서원을 세워보라며 매년 전화를 주셨던 교무님께 출가서원에 대한 답을 드리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

27세 내 삶에 허전함과 답답함이 밀려왔다. 원하던 일을 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부족함 없이 살았지만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과, 돈과 명예에 대한 욕심을 버리자 다짐 했었지만, 그 작은 욕심들이 내 눈앞을 가렸다. 내 삶에 한치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하기만 했다.

어느 날 집에서 교무님께 받았던 교전을 보았다. 개교표어 ‘정신을 개벽하자’에 나는 마음이 멈춰 버렸다. 그리고 ‘대종경 봉독’ 계획을 세웠고, 매일 밤 피곤에 지친 몸으로 15분간 큰소리로 읽었다.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한 달이 되면서 답답함이 풀리고 주위인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순간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났다. 자신의 삶을 의미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회유를 시작했다. 나도 원불교를 알아가면서 그들에게 원불교를 권유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계에 부딪쳤다. 그 원인은 대종사님이 펼쳐 주신 만고의 대법을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알려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신앙하며, 수행하고 있는 이 법을 과연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마음으로 전할 수 있을까.

“그래 공부하자! 대종사님이 펼쳐주신 법이 어떤 법인지 제대로 배워 만생령들에게 알려주자!” 나는 이렇게 출가 서원을 세웠다. 그리고 시작된 화정교당에서의 간사생활로 26년간 내 삶은 추억으로 남겨지고, 새로운 삶의 시작점이 되었다. 세속의 모습을 하나 둘 지워갔고, 욕심과 명예와 돈으로 담아져 있던 내 마음의 갈증은 소박함과 정성심으로 사막에 오아시스를 만난 듯 채워지고 있었다.

서원관 생활은 그 동안의 삶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것들을 하나 하나 찾게 해줬다. 해양대학교의 규칙적인 생활과 선배교무님인 동생의 조언 등이 이곳 생활에 적응을 도와주었고, 많은 인연들과 스승님의 도움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때론 일상적인 생활이 되어 이곳에 온 목적도 잊어버리고 있을 때‘공부한 거 있으면 보여 줘봐’ 하며 내 안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원을 다시 세우기 위해 스승님께 지도를 구하고, 도반을 찾았다. 나의 곁에는 항상 하나의 서원으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스승님들과 동지 도반들이 있었다. 혼자 살기 때문에 외롭다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런 삶이 행복한 것 같고, 그 인연들로 하여금 지금 이 순간도 감사와 은혜를 느끼며 살기에 무척 행복하다.

한 교무님께서 서원관을 영성사관학교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이 교법으로 공부를 하면서 나의 영격을 높이고, 3년 앞도 내다보지 못했던 내 인생에 이제는 ‘영생의 설계’를 그려 보기도 한다. 또한 제중의 큰 책임과 의무를 갖고 영성지도자로 거듭 태어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내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지어진다.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낙원의 길로 인도하여 모든 성인들의 서원인 평화의 세계, 하나의 세계를 이룩하자’ 이 서원과 신념으로 대종사님의 경륜과 포부를 담은 이 만대의 법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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