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국 교무·원광대 대학교당

콜럼버스는 이탈리아 탐험가로서 아메리카대륙의 발견자입니다. 그가 서인도항로를 발견함으로써 아메리카대륙이 유럽 사람들의 활동무대가 되었습니다. 아울러 스페인에 의한 신대륙 식민지 경영의 실마리가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상 중요한 의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는 최단거리로 아시아에 도달하려면 대서양을 서쪽으로 항해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일화로 널리 알려진 ‘콜럼버스의 달걀'로도 유명합니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항해는 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첫째, 처음 출항할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둘째,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알지 못했습니다. 셋째, 고향에 돌아왔을 때 그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말할 수 없었습니다.

콜럼버스는 세계를 실제보다 훨씬 작게 생각했습니다. 그는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또 다른 거대한 대륙이 있고 또 하나의 거대한 대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심지어 1506년에 죽을 때 까지도 그는 자기가 발견한 토지를 인도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인생길은 어떤 경로를 거쳐서 어느 곳으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과연 어디까지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콜럼버스의 항해와 같이 방향이 분명하지 못한 인생길을 정처 없이 떠돌고만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목적지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원불교 교도들의 목적지는 ‘불지(佛地)’입니다. 그렇지만 어리석은 중생은 공부길을 모르고 헤매기 일쑵니다. 목적지를 가르쳐주어도 경로를 하나하나 상세히 알려주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고 주저앉아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평지에 태산을 쌓을 것같이 어렵게 느껴지던 방언공사를 마친 제자들은 “앞으로 도(道) 이룰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하고 걱정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시고 소태산 대종사님은 “알고 보면 밥 먹기보다 쉬운 것이니 공부길을 깨친 뒤에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공부인의 수행 정도를 따라 여섯 가지 등급의 법위를 밝혀주셨습니다. ‘보통급·특신급·법마상전급·법강항마위·출가위·대각여래위’입니다.

유무식·남녀노소·선악귀천을 막론하고 처음으로 불문에 귀의하여 보통급 십계를 받은 사람들이 불지를 향해 힘차게 출발합니다. 법신불 사은님, 이 몸이 보살되고 부처되도록 나아갈 뿐 물러서지 말게 하소서!



* 그동안 정전강의를 해주신 고원국교무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부터 3주에 걸쳐 석산 한정석 원로교무님께서 ‘정전공부의 방법'에 대해서 강의해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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