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간다. 바쁜 일정으로 정신 없이 생활하다 보니 어느새 또 한 해가 흘러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밑을 당해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기쁨과 슬픔이 함께 공존해 왔음을 곧 알게 된다. 기쁨이 있다가도 슬픔이 이내 다가오는 굴곡의 세월이었으리라. 그렇더라도 기쁨에 비중을 두었는가, 슬픔에 비중을 두고 살았는가 스스로 반성되는 한해가 되기도 한다. 돌이켜 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한해이다. 오늘도 송년 모임 참석으로 전국의 거리는 인파로 넘쳐날 것이다. 분주함과 휘청거림이 교차된다.

이러한 때에 조선전기 중종 때의 문신인 유학자 이언적(李彦迪) 선생이 그의 문하생들에게 대 물림 시킨 세모삼성(歲暮三省)의 관례가 생각난다. 한 해 동안 자신의 행실을 양심에 비추어 고백하고 반성하게 한 것이다.

일성(一省)은 지난해 남에게 잘못한 일을 고백하는 일이요, 이성(二省)은 가족이나 가문 그리고 촌락의 일에 소홀한 일이 있으면 고백하고, 삼성(三省)은 이기심 때문에 양심에 꺼린 일을 반성하고 고백하는 일이다.

세모삼성에는 우선 경건함이 배어있다. 떠나보내는 한해의 삶을 반성하기 위한 바깥과 안의 살핌이 제시되어 있다. 업과 연관된 인연의 살핌이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시간들이다.

이런 살핌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잘못했던 일과 실수들을 기억해 낸다면 자신의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자기 자신에게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도와준다. 이것은 이웃에 대한 자애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세모삼성은 알찬 새해를 잘 맞이하기 위한 밑거름임을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반성과 참회가 전제된다. 자신을 다스리는 데 힘쓰고, 자신을 삼가 살핀다면 새해를 맞는 마음에 편안함이 깃든다. 축복과 평화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 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더욱더 나 자신을 성찰하고 내 주위를 한번 더 살펴보는 세밑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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