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집을 그릴 때 먼저 지붕을 그리고 기둥을 그린 다음 주춧돌과 마당을 그린다. 그러나 목수가 집을 그릴 때는 먼저 주춧돌을 그리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운 다음 도리, 들보, 서까래를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지붕을 그려 넣는다고 한다. 목수는 실제 집을 짓는 순서대로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이다.

원기93년 새해를 맞이하여 원기100년의 비전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원기 100년은 단순한 100이라는 숫자의 의미를 넘어서 교단의 미래를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출발하자. 새롭게 시작하는 것은 이제까지의 바탕 위에 세워져야 한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현재를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 백유경에 집 짓는 이야기가 있다.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이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아주 맘에 드는 2층집을 보았다. 특히 그 2층은 정말 맘에 들어서 꼭 그대로 자기 집을 짓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 사람은 목수를 불러 자상하게 설명하고 2층집을 짓게 하였다. 목수가 한참 1층을 지어 올리고 있을 때 주인이 나타나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내게 필요한 것은 2층이다. 1층은 필요 없으니 2층을 지어라”

그래서 우리는 현실 파악을 정확히 해야 한다. 1층이 없는 2층을 지으려고 하는지, 자재와 자금은 충분한지,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지, 감당해 낼 수 있는 목수와 인부는 확보되었는지, 주춧돌은 제자리에 놓아져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해 보아야 한다.

또한 목표를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철저한 자기반성에 의한 현실파악이 되었다면 이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를 뚜렷하게 세워야 한다. 아마 이러한 선행작업이 철저히 이루어진다면 목표를 세우는 단계는 훨씬 쉬워질 것이다. 힘에 부치게 욕심을 내거나 지레 절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하자. 집을 짓는데는 기둥이나 들보만 중요한 게 아니다. 조약돌 하나까지 모두 필요하다. 모두가 훌륭한 집의 조감도를 놓고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

철저한 자기반성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원기 100년의 비전을 모든 구성원이 함께 지어 가는 새해가 되자. 원기 100년의 교단 모습을 목수가 집을 짓는 순서대로 그림을 그리듯이 그려 가는 새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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