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과거는 모두가 은혜다. 아픈 추억도 아니고 버려야 할 유산도 아니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도 아니기에 감사한다. 대종사님께서 밝혀주신 교법을 따르고 수행할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길 물을 스승을 찾고 내 영생길 밝혀줄 불도량을 찾게 되어 행복하다. 과거 모든 성현들, 대종사님, 정산종사님, 대산종사님 성령이 내 안에 살아 있다.

내 안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든 것은 가난 때문이었다. 중학교 시절 왕복 40리나 되는 거리를 걸어 다녔다. 내 안의 선과 악의 끝없는 싸움과 변덕에 지치곤 했다. 타인의 시선, 당위성에 끌려 다니다 지쳐 혼자 감당하기 힘들면 펑 뚫어줄 것 같은 곳을 두드려 보곤 했다. 성격개조 훈련 학원, 마인드 컨트롤 수련원, 단전호흡 수련 단체, 주역 강의 모임을 기웃거렸다. 심지어 출가를 결심하고 해인사 행자실에서 나흘을 보내다 삭발 직전에 도망을 나왔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역할을 7살부터 대신해온 맏형님, 8남매를 안고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사시는 어머니를 배신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10여 년 전에 친구가 교리도를 한번 설명해 주기에 바로 입교를 했다. 4년 전에 교사회 훈련이 깊은 인연이 되어 성주삼동연수원 길도훈 교무님을 만났다. 그 이후 길 교무님의 그 너털웃음과 늘 함께하며 공부심 챙기고 있다. 그래서 과거는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은혜가 되었고, 현재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은 생활 수행은 어느 정도 시스템화 되어가고 있다. 아직도 교법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선진님들의 정서를 그대로 체 받는 수행자로, 현실과 수행이 일치해가는 삶으로 거듭날 것이라 믿는다.

10년의 서원을 세우고 정기일기, 상시일기를 써 주기적 점검을 받고, 동선과 하선을 빼먹지 않고, 매월 셋째 주 토요일 1박 2일 '법의 모임'을 성주 삼동연수원에서 가져온 지 4년째다.

앞으로의 삶이 계속 수정되겠지만 교법을 오롯이 체받는 수행자, 보은자 삶으로 수정되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올해부터는 교당에서 매주 목요일 저녁 교리실천단 모임을 해오고 있다. 이 공부로 내 습관, 내 고정관념의 때가 조금씩 씻겨 나가는 것을 느끼기에, 그 길을 찾았기에 지금이 행복하다.
<안동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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