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홍 논설위원
선진화를 지향하는 이명박 정부의 새해는 밝았다. BBK 사건 등 도덕성에 많은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됐다. 그동안 참여정부에서 경제문제로 고통당한 국민들의 속살은 ‘무능함보다 부도덕함이 낫다’는 말로 표출되었고, 표로 보여준 결과이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산업화 시대, 민주화 시대를 걸어오면서 발전하였다. 최혜국 시절엔 무상원조 받은 밀가루로 허기를 채우며 산업을 발전 시켰고, 군사정권에선 최루탄에 피흘리며 문민정부를 탄생시켜 민주화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이제 실용주의에 바탕한 선진화 시대를 열어가려는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게 되었다.

실용주의적 선진화의 청사진이 아직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당선자 자신이 ‘경제 대통령’임을 자처하고 새 정부를 ‘실용정부’라 명명한 것을 유추해보면 경제문제가 선진화 시대의 동력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경제의 선진화도 중요하지만 경제를 향유하는 정신의 선진화가 더욱 중요함을 말하려는 것이다. 경제적 선진화를 이룩했다고 볼 수 있는 미국이 노숙자 등 절대빈곤층을 해결하기위해 한동안 많은 자본을 투자하였지만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클레멘트 코스’를 개설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클레멘트 코스’ 는 가난의 이유가 경제문제가 아니라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정신적 삶이 없기 때문이다’는 여죄수의 말을 들은 얼 쇼리스에 의해 비롯되었다. 쇼리스는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빈곤층을 인문학 강의를 통해 물질적 빈곤은 물론 정신적 빈곤까지 일소해보겠다는 의지를 정부에 제시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개설 되었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이후 이 운동은 유럽 각지에 전파 되었고 우리나라도 2005년에 한국형 클레멘트 코스가 개설되기에 이른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경제 대국 미국의 전철을 답습하지 않을 정신적 가치를 구현하는 일 또한 새 정부가 알아야 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산 종법사님은 ‘물질문명을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위하여 선용하고 전 생령이 더불어 잘 사는 낙원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精神開闢을 재천명하셨다. 온 인류가 금과옥조로 새겨야할 신년법문이지만 오늘은 국민의 여망을 담아 새 정부에게 내린 聖訓으로 여기고 싶다. 국민들의 의혹을 안고 경제 대통령으로 출항하였지만 항해과정에선 정신개벽이 동반된 실용정부가 되어 경제낙원 마음낙원을 열어가는 작은 정부이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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