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수교도 / 서신교당
모태신앙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원불교를 접하고 신앙해 왔다. 교당은 오래 다녔지만 아는 것이 적고 여러 면에서 부족했다.

누구나 정초가 되면 이런 저런 소망과 포부를 다짐해 보지만 처음 마음 같이 되질 않고 어느 정도 지나면 흐지부지 돼 버리곤 하는 일상을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지난해에도 공부도 운동도 열심히 하고, 108배며, 단회, 사경, 기도, 가족 법회 등을 해야겠다고 계획했지만 성적표는 역시 수준 이하였다.

더불어 신앙과 수행이라는 큰 목표아래 일원상 법어를 내 것 삼아서 육근을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하게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 보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래서 일상생활속에서 육근을 사용할 때 가끔 알아차리고 효과를 보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원만구족해야 할 눈은 겉모습이 그럴사한 것에 먼저 쏠렸다.

예쁜 여자를 보면 어떻게 한번 해 볼까하는 잿밥에 눈이 멀었다.

싫은 소리를 들은 귀는 입과 한통속이 되어 바로 반박이 나와 부부싸움이 되고, 악한 말을 하지 말자고 했지만 악구가 되어 어느새 경계 속에 끌려 버리고 말았다.

몸은 어느새 나태와 사돈이 되었다. 마음은 분별과 주착이 주인이 되어서 내가 아닌 내가 되어 있음을 보면서 서글퍼지기도 했다.

이것은 업으로 습관에 길들여진 나일뿐이지만 그것은 온갖 포장과 가식으로 치장한 나의 내면에 보여지는 위험한 생존 법임을 자각했다.

본래의 참 나라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 바로 이 성품인데 본질보다는 보이는 현상이 다 인줄 알고 사는 어리석음에 업이 참 두텁구나를 실감하게 했다.

일상수행의 요법으로 돌리고 세우면 세상에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다. 다만 이해하지 못하는 내가 있을 뿐, 또 수용하지 못할 일도 없다. 수용하지 못하는 내가 있을 뿐이다.

이제 나의 주 공부가 무엇인지 지금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올해는 나의 형식적인 허상을 지워버리고 진정한 나를 찾아 본성을 회복하고 삼학으로 그 분별 주착심에 끌리지 않는 공부, 내가 내 마음을 마음대로 쓰는 무시선법을 공부삼아 하려고 한다.

정전 사경을 하면서 경천뇌동하게 와 닿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실행하지 않으면 배은이라는 큰 법문이었다.

손을 비비면 열이 나지만 손에 열을 가한다고 손이 비벼지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공부와 사업도 열정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정신개벽을 통한 실행이 있어야 성취할 수 있다고 본다.

내 안의 법당을 청정하게 하고 잘 가꾸어서 정신개벽의 주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나를 깨우고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언제나 초발심을 유지하고 모든 경계를 사은으로 볼 수 있는 판단력을 갖게 해 주신 사은님의 은혜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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