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훈 교무의 정전강의 5 - 일원상 법어

안개 자욱한 어느 날, 밤길을 운전하면서 스스로에게 자꾸 되묻는다. ‘내가 지금 잘 가고 있긴 한건가?’

결국 도중에 차를 세우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어렴풋이 보이는 간판을 읽으며 내가 찾은 길이 맞는지 재차 확인을 하고서야 다시 출발을 했다.

누구나 낯선 길, 처음 가는 길은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 길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수월해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깨달음의 길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깨달음에도 천층만층의 다양한 깨달음이 있으며, 그 깨달음의 길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 오직 스스로 찾아가야 하는 길이다. 때문에 더욱 더 바르고 큰 깨달음을 얻은 스승의 안내를 받아 스스로 가는 길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일원상의 진리를 깨달아야 한다.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참된 진리를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바른 깨달음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많이 내 앞에 쌓아두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바른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우주 전체를 나의 집으로 알고 모든 사람과 만물을 내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이 없다면 큰 깨달음의 길에 들어서지 못한 것이다. 사람 사람은 물론이고 미물 곤충이나 나무, 하다못해 돌맹이 하나까지도 진정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일 때 바른 깨달음의 길에 들었다고 할 것이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세월의 흐름이나 변화를 담담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아직은 바른 깨달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나고 죽고 병드는 것이 새싹이 돋고 잎이 무성해지고 낙엽이 되어 다시 땅으로 돌아가는 이치와 같은 것을 알아서 생사를 해탈하고 자유 할 수 있어야 바른 깨달음의 길에 들었다고 할 것이다.

천지는 음과 양의 두 기운이 서로 조화롭게 운행되듯이 인과의 이치 따라 우리의 삶이 건설되는 것을 알아서 좋은 인연과보를 창조해 간다면 또한 바른 깨달음의 길에 들었다고 할 것이다.

일원상의 진리가 곧 내 몸과 마음에 있음을 알아서 바르게 보고, 바르게 듣고, 바르게 냄새를 맡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활용하여 그대로 진리의 면목을 드러낼 수 있다면 참다운 깨달음의 길에 서 있다고 할 것이다.

‘잘 가고 있는지?’ 깨달음의 길에서 방황할 때 소태산 대종사님의 법어를 되새겨볼 일이다. ‘이 원상(圓相)의 진리를 각(覺)하면, …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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