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는 결복100년대를 열어갈 교화대불공을 위해 ‘교법인격화’의 방법으로 ‘마음공부 길잡이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그 첫 번째로 경전공부의 대표적 방법인 ‘사경’을 소개합니다. 부처님의 법문을 종이에 또 마음에 새기면서 정신개벽의 선두주자로 참 공부인, 대 자유인이 되시기 바랍니다.



사경寫經 - 부처님 마음을 온전히 받는 길

경전보급 위한 필사로 시작 ‘최고 공덕’으로 민간에 널리 전파
문자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사경하며 깨달음 자신에게 체화
참된 사경은 마음 종이에 법문 새겨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 있어야


동아시아에서 ‘사경’의 역사는 중국에서부터 시작된다. 불교가 인도에서 본격적으로 전해질 무렵인 1세기 무렵 경전이 번역되면서 동시에 사경이 시작된 것이다.

당시는 인쇄술이 발전되지 않은 시대이므로 필사를 해서 경전의 보급을 꾀했다. 필사는 5∼10세기 무렵까지 성행했다가 10세기 후반 북송 때부터 인쇄가 이를 대신하였다. 흔히 북송판, 거란판, 명판, 고려장판 등의 ‘대장경’이라고 하는 경전의 판목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고려장판’이라고 하는 것은 당시 인쇄술의 극치인 해인사의 8만대장경을 말하는데, 말하자면 사경의 역할이 경전을 새긴 판목의 역할로 바뀜에 따라 대량생산 체제를 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사경은 불교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지만 실제로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사경을 함으로 인해 공덕을 쌓는다고 하는 ‘사경공덕’이 생긴 것이다. 공덕이라는 말은 복덕과 같은 의미로 ‘선근을 심어 자신의 덕성을 높인다’는 뜻이다. 이러한 공덕을 부지런히 쌓음으로 인해 마침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이 전생에 수많은 고행과 보시 등의 공덕을 쌓아 마침내 해탈을 이루신 것과 같은 것이다.

불교가 전해질 무렵 사경은 여러 가지 공덕 가운데 최고의 공덕이었다. 사경 공덕이 민간에 널리 전파됨에 따라 깨달음의 목표 외에도 전생과 현생의 죄액을 멸하고 혜복을 불러들이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수명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목적에서, 그리고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조상들의 내세의 공덕 등을 위해 사경과 공양이 이루어졌다. 국가에서는 사경의 공덕으로 나라를 보호한다는 취지 아래 사경소와 전문인을 두어 경전을 서사하도록 까지 하였다.

예전에는 사경에 의한 영험담이 많이 전해져 왔다. 예를 들면 통도사에는 <법화경>을 금으로 사경하여 아버지를 구했다는 청진거사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통도사의 스님에게 금자사경을 부탁했는데 그 이유는 꿈속에서 지옥에 빠진 아버지가 나타나 <법화경>한 질을 써서 1만 번 독송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나 즐거움을 얻어 천상락을 받을 것 같으니 그렇게 해달라고 한 것이다. 주위의 시주동참을 얻어 마침내 아버지의 말씀대로 하니 꿈속에 다시 나타나 그 공덕으로 천상락을 받아 하늘로 올라간다하며 사라졌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영험담은 중국은 물론, 일본에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전해져 오고 있다. 주관적 체험이기는 하지만 신앙은 경험이 중요하므로 개인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법화경>에서는 사경에 의한 공덕을 강조하는 말씀이 실제 실려 있으며 다른 많은 경전에도 “손으로 쓰고 입으로 외거나 하여 마음으로 새기고 실천하라”는 말씀이 마지막 부분에 누누이 설해지고 있다.

경전은 말씀이 주가 되기 때문에 읽다보면 관념화되기가 쉽다. 말씀 하나 하나가 부처님이나 주세불의 깨달음의 경지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 말씀이 뜻하는 바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문자라면 실제의 달은 깨달음 그 자체인 것이다.

사경은 그러한 면에서 말씀을 철저히 체화시키는 지름길이 된다. 신앙과 수행에 대한 가르침의 근원적인 세계가 자신과 하나가 되므로 말씀이 살아서 자신의 세계로 들어와 그대로 행하는 계기가 된다. 부처님과 주세불의 마음이 자신에게 전이되는 과정인 셈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신도들에 의해 사경된 경전을 그 자체로써 부처님으로 승화시키는 의식을 치른 뒤 불상 대신 모시는 사원도 있다. 예전에는 여러 종류의 사경이 있었다. 며칠에 걸쳐 쓰는 점사경, 하루 만에 쓰는 돈사경, 한 사람이 경전 전체를 쓰는 일필경, 피로 쓴 혈사경 등이 있다. 또한 종이는 주로 흰색, 감색, 자색, 황색 등이 쓰였으며 먹은 검은 색은 물론, 금색, 은색을 쓰기도 했다. 신앙과 수행의 정도에 따라 사경에 다양한 요소가 개입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형식보다도 비단결 같은 자신의 불성에 불어(佛語)를 마음으로 새기고 부처님의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신앙과 수행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고 본다. 사경의 최고 목표가 ‘성불제중’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대들이 나의 법을 붓으로 쓰고 입으로 말하여 후세에 전하는 것도 중한 일이나,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만고 후세에 이 법통이 길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은 더욱 중한 일이니, 그러하면 그 공덕을 무엇으로 가히 헤아리지 못하리라.”
《대종경》 부촉품 18장


이웃종교의 사경

불교 - 수행방법에서 ‘예술활동’ 승화


불교에서는 사경을 ‘법신사리’나 ‘진신사리’를 모시는 행위와 같다고 할만큼, 정성을 깃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고 있다. 불교의 사경법회는 엄숙한 의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경법회는 천수경 독송을 시작으로 삼귀의, 사경발원문, 참회문 등의 절차를 거치고 나서 비로소 사경에 들어간다.

불교의 사경은 과거에 필요에 의해서 또는 수행의 한 방법으로 발전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예술활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북익산에서 지업사를 운영하고 있는 서예인 김정두(60·사진)씨는 5년여 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경에 몰두해 왔다.

그가 즐겨 쓰는 불교 경전은 반야심경, 금강경, 화엄경약찬게, 법성게 등이다. 특히 금강경은 전부 5천149자로, 다 쓰는데 꼬박 나흘이 걸린다. 전씨는 “삼매에 빠지지 않으면 오자가 불쑥불쑥 나와 사경을 못한다”면서 “사경이 온 정신을 집중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글을 많이 써도 피곤하지 않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이 공덕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신교 - 성경쓰기 100만명으로 확대

개신교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경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경쓰기운동본부(대표 회장 지상섭 목사)가 추진하고 있는 성경쓰기운동이다.

성경쓰기운동은 1987년 서울동인교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30여만 명이 성경쓰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 성경쓰기운동은 이제 미국, 중국, 러시아, 아프리카의 원주민 크리스챤들에게 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경쓰기운동본부는 “성경을 한 번 쓰는 것이 열 번 읽는 효과보다 크고, 성경을 자필로 쓰면서 말할 수 없는 은혜를 체험하고, 말씀을 깨닫게 되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면서 성경쓰기의 위력을 강조하고 있다.

성경쓰기운동본부는 성경전서 1754쪽을 기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하루 2시간 40분을 할애할 경우 1년이 걸리며, 하루 1시간 20분씩 할애하면 2년이 걸린다고 밝히고 있다.

이 단체는 기독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성경쓰기공모전을 열어, 입상자에게 이스라엘 성지순례, 금강산 관광여행권 등의 시상을 하면서 성경쓰기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2010년이 되면 성경쓰기운동에 100만 크리스챤들이 동참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진석 기자 ik@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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