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진 대성교당,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종교로서 사람에게 실용적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능은 “일상생활 상에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정신적 안정, 치유”다. 나는 종교의 실용적 기능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일상사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된 원불교의 모습을 살펴보려 한다.

원불교의 특징은 생활속에 누구나 수행가능하다는 것이다. 원불교의 모태를 따온 종교 중 하나인 불교는 참선이나 면벽이 있는데 이는 일반인이 하기엔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숨 가쁘게 움직여야 하는 일상에서 물질적, 정신적 여유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원불교는 굳이 참선과 면벽을 하지 않아도 수행이 가능한 이유는 ‘목표’의 주지에 있다.

인간이란 선하든 악하든 모든 행동에 앞서 ‘테제There’를 요한다. 테제란, 철학적 의미로’정립(定立)’을 의미한다. 이 단어를 한자로 직역하자면 [정하여 세우다]가 된다. 종교에서의 테제는 종파마다 그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모두 하나로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사랑, 불교에서는 자비, 유교의 인애 등을 들을 수 있다. 원불교의 경우, 그 테제는 바로 ‘은혜’이다. 원불교의 경전에서는 나와 남을 넘어 우리 모두 은혜를 얻는 것이 목적임을 줄기차게 주장한다.

고단한 현실에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을 마지않는다. 그렇다면 원불교의 테제인 ‘은혜’란 무엇인가? 일반인 대다수가 정의하는 은혜는 “충만한 삶에 오는 만족감”이다. 원불교는 만족으로 가득한 행복한 삶으로 살기위한 방법으로 은혜의 원리를 내세운다. 이른바 사은과 보은인데, 사은이란 4가지 은혜를 말하며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법률은 이다. 보은은 이 사은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과 똑같이 은혜를 베풀어줌을 말한다.

소태산은 은혜를 ‘나를 둘러싼 이 모든 것들을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로 규정하고 표현한다. 그리고 원불교에서의 행복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존재와의 관계를 은적 관계로 회복하는 데로부터 오는 것’으로 정의한다.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과의 관계에 따라 나의 행복과 불행이 좌우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인연들을 외면한 채 일원상이나 부처님 앞에서 형식적인 기도나 불공을 한다면 그것만으로는 온전한 신앙행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원불교의 입장이다.

무상의 은혜를 얻기 위한 원불교의 수행방편인 은혜를 베풀고 보답하는 행위는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실천할 수 있다. 세속적인 언어로 표현한다면 ‘서로 도와서 서로 행복하게 살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를 이루는 일반인과 친숙한 모습에서 원불교는 종교라기 보단 종교라는 형식을 한 생활도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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