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훈교무의 정전강의8 - 천지은

천지같은 위력과 천지같은 수명과 일월같은 밝음을 얻어 인천대중(人??衆)과 세상이 곧 천지같이 우대할 것이니라’

천지은에 보은을 하게 되면 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보게 된다. 천지은은 일원상 진리가 주신 네 가지 은혜 가운데 하나이며, 천지를 통해 우리들이 입고 있는 한량없는 은혜이다.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갑자가 소나기를 만났다. 급하게 실내로 들어왔지만 옷은 이미 젖었고 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옷을 갈아입고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나니 몸이 따뜻해졌다.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을 때는 ‘갑자기 소나기라니, 웬일이야?’ 하며 상대 없는 원망의 마음이 잠시 일어났다가 차를 마시면서 ‘이렇게 따끈한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 참 고마운 일이다’고 하며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망과 감사의 마음, 소나기와 차, 모두 천지가 주는 은혜임을 알게 되었다.

구름이 떠다니고 바람이 불며 비가 내려서 만물이 자란다. 만물이 자라나 결실을 이루며 우리는 그 산물을 먹고 살아간다. 하늘의 공기가 있어서 호흡을 하고 살아가며 만물을 실어주는 땅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형체를 의지하고 살아간다. 날마다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하루를 보내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맞이하며 살아간다. 해와 달이 밝게 비춰주기 때문에 모든 만물이 제각각의 모습과 향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천지 가운데 셀 수 없이 많은 은혜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과 만물, 국가와 국가를 차별하거나 선택하지 않고 국한 없이 은혜를 베푼다. 좋고 싫음이나 멀고 가까움에 끌리지 않고 공정하게 은혜를 주고 있다. 순간순간, 날마다, 끊임없이 우리를 살게 하지만 천지는 말이 없다. 수 없이 베풀지만 그에 대한 보상을 강요하지 않는다. 주고 또 주고, 베풀고 또 베풀지만 상응한 대가를 요구하지도 무조건적인 헌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지의 이러한 지극한 은혜를 알아서 은혜 입은 방식으로 은혜를 갚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모든 일에 임할 때 감사함을 먼저 발견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은혜를 베풀었을 경우에도 은혜를 베풀었다는 생각에 묶이지 않고, 혹시 은혜를 베푼 사람이 배은망덕을 하여도 미워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야 할 것이다. 기쁨과 즐거움만이 아니라 고통과 슬픔에서도 은혜를 발견하여 감사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천지같은 위력과 천지같은 수명과 일월같은 밝음을 얻어 지속하려면 보은 감사생활을 계속하며 응용무념의 마음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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