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29일 숭산기념관에서 열린 원불교 사상연구 학술대회모습
원불교학의 발전과 미래

① 위기와 문제제기
② 현황과 원인분석
③ 발전방안

최근 원불교학의 위기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다. 그 배경으로 학술발표의 관심도 부족, 부족한 연구실적, 원불교학 전공자 부재 등이 언급된다. 원불교학 발전의 지체는 향후 교단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다. 이에 본지는 원불교학 연구의 실태를 살펴보고 그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관심 멀어지는 학술발표, 부족한 연구실적
학문 위한 원불교학 전공 줄고 퇴임자 늘어
교학연구는 교육과 직결, 교단적 해법 찾아야



"원불교학(이하 교학)이 위기에 봉착했다!”
기자가 이렇게 말하면 혹자는 다음처럼 반문할지 모른다.

원불교학 발전을 이끌어온 원로교무들이 생존해있고 그 뒤를 이어 원광대학교와 영산선학대학교, 원불교대학원대학교 등 교육기관 등에서 꾸준히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또 원광대학교 사상연구원과 한국원불교학회에서 매년 꾸준히 학술발표회를 열고 있으며, 발간 학술지가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재후보학술지에 선정된 시점에서 뚱딴지같은 소리라고 할지 모른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안을 들여다보면 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학술발표, 그들만의 리그

원광대학교, 영산선학대학교, 원불교대학원대학교는 각각 사상연구원과 소태산사상연구원, 실천교학연구원을 두고 교학연구를 하고 있다. 그 가운데 교학발전을 이끌어온 견인차는 단연 원기59년 발족된 사상연구원이다.

원광대학교 사상연구원은 지난 35년간 지금보다 더 부족한 연구인원과 기반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학술적 토대를 이루는데 큰 공을 세웠다. 한 때 사상연구원 학술발표가 있다고 하면 심도 깊은 교리연구와 새로운 정보를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석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이런 분위기가 급격히 퇴색하기 시작했다. 학술발표회장을 가보면 새로운 연구에 대한 기대감으로 모인 대중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고 관계자들만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점차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는 것이다.

이는 교화를 우선시하는 교단 분위기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지만 무엇보다 학술대회에서 대중이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중들의 의식은 달라졌지만 학술대회가 이를 충분히 반영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순수교학 연구논문 적어

교학연구의 집약체인 학술지 I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 J의 경우 최근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재후보학술지로 선정되어 공식적인 학계의 인증을 받는 쾌거를 올렸다. I원불교 사상과 종교문화 J는 연 3회 발간되며 특집과 기획자료, 연구논문, 부록 등 다양하고 풍성한 자료를 제공하는 학술지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엄격한 심사절차를 거쳐야 하는 ‘연구논문’의 경우는 권당 7∼9편 정도만 실리는 형편이다. 그 가운데 순수교학만을 추리면 그 수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논문 제목은 틀리나 내용이 엇비슷한 경우도 있어 이를 제외하면 그 내용은 다시 줄어든다. 게다가 연구논문을 제출하는 인원이 중복되는 경향도 보인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무엇보다 교학을 연구하는 인재풀(pool)이 작기 때문이다.

연구결과는 대부분 사상연구원과 한국원불교학회 소속 연구자들의 산물이다. 그러나 사상연구원과 한국원불교학회 구성원이 대동소이한 형편이다. 결국 사상연구원을 중심으로 한 연구자들과 여기의 학술발표에 따른 결과물들이 현재 교학연구의 중심축을 이루는 셈이다.

원불교학 전공자가 없다?

이 가운데 원불교학을 전공한 이들은 대부분 원광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에서 공부하게 된다. 원광대 대학원 불교학과는 ‘원불교학’을 다루는 유일한 과정이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가 석사과정을 운영하지만 이곳은 실천교학 위주의 수업이 이루어지기에 학문적 성취를 위해서는 원광대학교 대학원 진학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학문을 위해 원불교학을 전공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거의 없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다.

사상연구원 유정엽 교무는 “한 세대 전만 해도 석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그룹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새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양성되는 순환시스템의 고리가 끊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원불교학 전공자도 일부 있지만 학문발전보다 학업과 경력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은 형편이다. 원인은 역시 다양한 사안이 꼽힌다.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신설, 교화중심 교단 분위기, 인재양성을 위한 시스템 부재, 전반적인 예비교무 학력저하, 변화 없는 강의 내용에 따른 관심부족 등.

부족한 인재풀(pool)

시급한 점은 원광대 원불교학 재직교수 11명 가운데 향후 10년 내에 퇴직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 6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다른 육영기관의 교수요원들이 최우선 선발대상이 되나 해당 육영기관의 교육을 담당할 인재들이 딱히 없다는 점도 문제다.

퇴임한 후에는 새로운 연구와 학문적 업적을 이루기 어려운 전례를 생각할 때 이후 활발한 연구활동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전적으로 후학들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교정원 교육부는 ‘교수인력 수급을 위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교육심의위원회에 제출했으나 보류된 바 있다.

교학발전의 필요성은 딱히 언급하지 않아도 원불교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다. 교리의 이론적 토대는 물론 여타 사상과 회통하며 시대정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교학발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 현 시점에서 무작정 교학발전을 독려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지금부터라도 교학발전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 가야 한다. 교학발전은 곧 교육과 직결되고 ‘교육은 교운’이라는 말처럼 향후 교단의 미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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