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훈교무의 정전강의11 법률은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차가 부서질 정도의 큰 사고였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고 작은 상처만 입었을 뿐이었다. 법신불의 크신 은혜라며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또 올렸다. 죽을 수도 중상을 입었을 수도 있었는데 기적과 같은 은혜를 입었음에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사고가 나서 무사한 것이 기적과 같은 은혜라면, 아무런 사고 없이 날마다 차를 타고 다닌 날들은 셀 수 없는 기적과 같은 은혜를 입은 날이었다. 너무도 일상적이고 또는 너무도 당연해서 미처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할 뿐이었다.

복잡한 사거리에서 붉은 색 신호등이 켜지면 조급한 마음으로 멈춰서고, 파란 불이 켜지면 급히 달려가는 모습들. 제한속도가 규정된 도로에서 자연스럽게 속도를 늦추고 앞차와의 거리를 두며 달려가는 모습들. 우리 삶속엔 언제나 숨결처럼 질서와 약속이 존재한다. 그처럼 당연한 듯 존재하는 모든 질서로 인하여 모두가 평화롭고 안락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일원상 진리가 법률을 통해 주신 무한한 은혜이다.

법률은 보통 국가 사회의 법률이나 규범으로 이해하지만, 법률은에서 말하는 법률은 신호등이나 교통질서처럼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률을 포함하여 공정하고 바른 삶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

올바른 가치관과 삶의 방향을 일깨워주는 성현들의 가르침, 태양과 별이 일정하게 움직이는 우주의 질서,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많은 도덕과 윤리적인 지침, 삶의 터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옳고 그름의 기준, 심지어 마음속에서 들리는 진리의 목소리 즉 양심의 소리도 법률의 은혜인 것이다.

자유를 구속당한다고 느낄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을 유지시켜주는 법률을 악용하여 오히려 삶을 파괴하고 해독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

법률은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인격은 물론 사회가 혼탁해지고 모두가 불안과 두려움의 감옥에서 살 수 있음을 알지 못한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법률에서 금지하는 조건으로 피은이 되었으면 그 도에 순응하고, 권장하는 조건으로 피은이 되었으면 그 도에 순응하라'고 하여 법률의 은혜가 두루 미쳐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보은행이 된다고 밝히셨다.

진리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실한 모습 그대로 생활해야 한다. 옳은 것을 향하여, 마땅히 할 바를 하기위해 힘써야 한다.

법률의 감로수를 그대로 흡수하여 뿌리를 내리고 함께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우리의 터전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어제처럼 평온한 기적과 같은 오늘을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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