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출신제도 개선 방안

▲ 한창민 교무 /
원광대학교ㆍ원불교학과 교수
차림새 벗고 한 번 무책임한 소리 해보자. 어차피 잡소리라, 두꺼운 탈바가지 쓰고 헛소리 한 번 해보겠다.

필자 같은 사람도 교무라고 껍죽대는데 누구에게 잣대 들이대며 된다 안 된다 하겠는가? 문호를 개방한다 하여 교무 지원자들이 구름같이 몰려올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다 몰려와 신명나게 한 판을 벌여보자고 권해보자.

조직들은 초기에는 개방적이었다가 어느 정도 안정화·조직화되면 폐쇄적으로 변해 나간다.

기왕에 들어온 사람들이 새로운 지원자들에게 갖가지 자격 요건을 내세워 조직 내로의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연령 제한, 인성 검사, 결혼 여부, 정녀 지원, 교도 경력, 추천서 등등. 무엇이 그리도 까다롭고 번거한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조정되고 다듬어져야 할 기준들이 일단 형성되면 처음 세울 때는 간단하였는데 그것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려고 하면 경련을 일으킨다.

지금 이 시점에서 교무 인재에 대해 파격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헛소리 한 번 외쳐 본다.

교무 진입의 통로를 다양화하자. 조직의 사다리 아래로부터 들어오는 것만을 고집하지 말자. 즉, 어린 나이에 들어와 간사, 학부 및 대학원 예비교무, 그리고 교역자로의 길만을 고집하지 말자는 것이다.
뜻이 있고, 능력과 자질이 있으면 교단의 다양한 분야로 과감하게 영입하자. 어느 연줄이냐, 웬 낙하산이냐 거부하지 말자는 것이다.

도무제도가 있잖은가라고 이야기하지 말자. 학력, 나이, 직업, 결혼여부 등 모든 요소들이 긍정적 평가 대상으로 사용될 뿐 배제를 위한 기준으로 사용되도록 하지 말자.

예를 들어, 왜 결혼 유무가 교무 지원에 결격 요인이 되는가? 우리는 원불교이다. 섹슈얼리티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진 그런 문화적 환경에서 자란 종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가 결혼 문제를 가지고 신입시 진입장벽 및 교단내 활동에서 물밑으로 작용하는 차별적 요소가 되는가?


선원제도를 부활하자. 유치원부터 중·고교를 거쳐, 대학·대학원을 나와야 우수한 인재라 하지 말자. 이렇게 긴 교육기간은 한편으로 교단에서 필요한 기능을 갖추고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건전한 상식을 갖추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교육 의존성을 키워 창조성을 상실한 규격화된 인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제도화된 통로를 거쳐온 인재와 함께 제도권 밖의 파격적 인재가 교단에 들어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

교육 체제를 개방 체제로 가자. 우리 교육기관이 왜 굳이 예비교역자만 받아야만 하는가?

원불교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 학과가 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정원 문제 때문에 교역자 수급에서 문제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정원 문제가 매우 유연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

지원자가 많으면 다음 해의 정원조정에 얼마든지 반영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정원제도이다. 출가, 재가, 신도가 모두 어울리는 장을 마련치 못할 이유가 무엇인가? 일부는 출가자가 되고, 일부는 재가 교도가 되고, 일부는 사회에서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들로서 활동할 수 있잖겠는가? 무책임한 소리 한 번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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