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련법

모두가 분주한 듯 보인다. 여유 있는 걸음걸음을 보기 어렵다. 무언가를 놓칠세라 재빠르게 움직인다. 아무리 바쁘게 움직여도 다른 사람보다 뒤쳐진 것 같아 자꾸만 조바심도 생긴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분주했는지, 바빠서 여유가 없었다면 성과는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과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항상 '바쁘다'라고 한다. 바빠서 시간적 여유도 없고, 바빠서 훈련에 참석할 수 있는 며칠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정말 바쁜 일이 무엇이며, 가장 분주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선후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가장 귀한 나, 나의 삶을 위한 투자에 너무 인색한 것은 아닐까.

정기훈련은 일정한 기간을 정하여 법의 훈련을 받는 것이다. 교단 초기에는 동절기, 하절기로 나누어 삼 개월씩 정기훈련을 실시했었다. 물론 소태산 대종사님을 모시고 하는 훈련이었기에 지금의 훈련과 비교한다면 그 기쁨의 정도를 쉽게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회상은 지금까지 재가 · 출가를 막론하고 정기훈련을 통하여 법으로 훈련하는 숨결이 끊임없이 이어져 옴으로써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라는 큰 흐름이 살아 숨 쉬어 왔다. 앞으로도 훈련이 살아 숨쉬어야 대종사님 교법의 진가가 더욱 드러날 것이며 우리의 삶도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법의 훈련을 받게 하기 위한 정기훈련의 과목은 11과목이다. 11과목은 염불(念佛)·좌선(坐禪)·경전(經典)·강연(講演)·회화(會話)·의두(疑頭)·성리(性理)·정기일기(定期日記)·상시일기(常時日記)·주의(注意)·조행(操行)이다. 정기훈련은 주로 이 11과목을 중심으로 시행되는데, 염불 · 좌선은 정신수양 훈련과목이며 경전·강연·회화·의두·성리·정기일기는 사리연구 훈련과목이다. 또한 상시일기·주의·조행은 작업취사를 위한 훈련과목이다. 대부분의 정기훈련은 그 내용과 구성에 차이가 있다 하여도 그 본질적인 바탕이 되는 것은 역시 정기훈련 11과목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매일 새벽에는 좌선을 하게하고, 낮과 밤에는 경전·강연·회화·의두·성리·일기·염불 등을 때에 맞추어 하게 하여, 이 여러 가지 과정으로 고루 훈련하나니, 누구든지 이대로 정진한다면 재래의 훈련에 비하여 몇 배 이상의 실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라고 하셨다. 동과 정, 삼학병진을 통한 정기훈련과목을 중심으로 한 훈련이 큰 효과가 있음을 강조하신 말씀이라고 생각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정기훈련을 위한 여유는 누려도 된다. 나의 삶을 위한, 아니 내 영생을 위한 최고의 투자는 훈련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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