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이장경 -29장-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에게 말씀하시되 "삼가 여인을 보지 말라. 만일 볼지라도 보지 않은 것 같이 하여 삼가 더불어 말하지 말라. 만일 더불어 말하게 되면 곧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단정히 하여 예로써 공경하라. 또는 이 몸이 필경에 공한 것과 현재에 부정한 것을 보아서 곧 그 색심을 놓을지니라."

옛 사람의 말에 '예 아니면 보지 말고 예 아니면 듣지 말며 예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 아니면 행하지 말라 하였다.'
남녀간 세상에 처하여 살 때 진흙속에 연꽃처럼 오욕에 물듦이 없는 청정한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라때 경주의 세달사의 장사가 양양에 있었다. 장사란 절의 전답이 있는 곳에 그것을 관리하고 조공을 받아들이기 위하여 지은 집이다. 본사에서는 조신스님을 보내어 관리케 하였다. 그 근처 김흔공의 집에 딸이 있는데 어느날 조신스님은 그녀를 보자 홀딱 반하게 되었다. 마음의 전부를 빼앗겨 밥을 먹어도 김씨의 딸, 눈을 감아도 김씨의 딸, 언제나 잊지 못하여 관세음보살께 정성으로 김씨의 딸이 품속에 돌아오도록 간절히 빌고 빌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김씨의 딸은 얼마 아니하여 명문세가의 며느리로 시집을 가 버렸으니 조신 스님의 실망이야 일러 무엇하랴. 날마다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가 하루 저녁에는 그 여자를 생각하며 울다가 피곤한 정신을 이기지 못하여 잠깐 벽에 몸을 기대고 잠이 들었다. 조신 스님은 꿈속에서 김씨의 딸을 만나 행복하게 살다 불행이 닥쳤다. 생주이멸의 불변의 진리는 중노릇 할 때부터 들은 바이거니와 생자필사(生者必死) 회자필리(會者必離)라 부인말이 옳아 헤어지기로 하고 서로 부여 잡고 통곡하다 통곡소리에 놀라 깨보니 그것은 한바탕의 꿈이었다.'

조신은 여기에서 인생의 무상함을 철저히 깨달아 바로 세달사에 돌아가 장사의 일을 그만둔 뒤 따로 나가 정토사를 짓고 정성을 다하여 도를 닦으며 일생을 마쳤다 한다. 수도인은 삼가 색심을 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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