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덜 운동'을 다시 생각 한다 / 完 실천방향


“묵은 세상 지나가고 새 하늘은 열리는데 물질개벽 먼저 되어 세도인심 휩쓸거니 정신개벽 아니 되면 파란고해 어이 하리"성가 72장 정신개벽가의 첫 절이다.

원불교는 새 시대의 새 종교다. 새 시대란 연대적 구분이 아니라 문화적 성격의 구분으로 물질문명의 시대, 과학문명의 시대를 말하며 최수은 선생이나 강증산 선생이 말한 후천개벽의 시대로 규정하는 일대 변혁의 시대를 의미한다.

‘현하 과학의 문명이 발달됨에 따라’로 시작되는 개교의 동기는 소태산 대종사님이 새 교단을 창건하게 된 이유와 목적과 방향을 명시한 헌장이다.

교단은 항상 이 개교의 정신에 합당한 교화를 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개교정신의 바른 구현인지를 살피고 궁구하여야 한다.

■ 3덜 운동은 정신개벽 실천하는 길

대종사님은 "지금 세상은 물질문명의 발전을 따라 사·농·공·상에 대한 학식과 기술이 많이 진보되었으며, 생활 기구도 많이 화려하여졌으므로 이 화려한 물질에 눈과 마음이 황홀하여지고 그 반면에 물질을 사용하는 정신은 극도로 쇠약하여, 주인된 정신이 도리어 물질의 노예가 되고 말았으니 이는 실로 크게 근심될 현상이라"고. 하였다.

대종사님의 염려하신바 대로 과학문명의 힘과 그 부작용은 날로 증가되어 자원의 고갈, 환경의 오염, 핵무기의 위협 등 많은 문제들이 인류적 과제로 당면해 있다

경산 종법사님이 제안한 3덜 운동(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자)은 과학기술문명이 가져온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큰 가르침이고 정신개벽을 실천하는 길이다.

하지만 나라마다 총력생산 총력수출이 국가경쟁력의 우선과제가 되어있는 사회적 환경에서 덜 개발하고 덜 만들고 덜 쓰자는 제안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까.

설사 공감은 한다 하더라도 실천이 뒤따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좋은 말씀으로 또는 경고의 말씀으로 지나치기 쉬운 실정이기도 하다.

더욱이 중독에 가까우리만큼 편의주의에 젖어있고 탐욕에 물들어 물질의 노예상태에서 해방을 기대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천지개벽 같은 사고의 전환이 아니고는 어려울 터이다. 그러나 어려운 일이라고 망설이고 주저할 일이 아니다. 이일은 선택이 아니고 필수이기 때문이다. 끝을 모르고 달리는 문명의 속도에 제어장치를 하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다가올 파란고해는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작은 것이 아름답다

실천적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유명한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저서를 통해 서구 세계의 경제 구조의 문제를 제기하였다.

경제 성장이 물질적인 풍요를 약속한다고 해도 그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인간성 파괴라는 결과를 낳는다면, 성장지상주의는 맹목적인 수용의 대상이 아니라 성찰과 반성의 대상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지금의 이러한 경제 구조를 진정으로 인간을 위하는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작은 것'을 강조한다.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 규모를 유지할 때 비로소 쾌적한 자연 환경과 인간의 행복이 공존하는 경제 구조가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 개교정신, 새로운 인식과 전개 필요

개교100년을 앞두고 개교정신과 창립정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운동이 전개되었으면 한다. 영산 정관평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 운동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영산과 변산 익산으로 이어지는 초기 공동체의 정신을 조명하여 정신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문명의 본을 보여주는 일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대각과 개교 저축조합과 방언공사 그리고 법인기도를 통해 보여주었던 정신과 삶의 모습을 본받고 재해석 하여 오늘의 사회에서 실천되어야 할 일들을 찾아 세우는 일들은 매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대종사 길룡리(吉龍里) 간석지(干潟地)의 방언(防堰) 일을 시작하사 이를 감역하시며, 우리가 건설할 회상은 과거에도 보지 못하였고 미래에도 보기 어려운 큰 회상이라, 그러한 회상을 건설하자면 그 법을 제정할 때에 도학과 과학이 병진하여 참 문명 세계가 열리게 하며, 동(動)과 정(靜)이 골라 맞아서 공부와 사업이 병진되게 하고”이상의 서품 8장의 내용에서 보면 저축조합과 방언공사 법인기도를 통해 대종사님은 새 문명의 방향과 본을 보여주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고유가와 기후변화, 자원문제가 21세기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석유나 가스, 석탄 등의 화석연료 소비를 감축하는 일과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 과제가 되고 있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자연 친화적 대체에너지 개발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에너지를 절약하고 자원을 감축하기위한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저축조합과 방언공사의 정신 속에서 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찾아 참문명의 길을 열어보여야 한다.


■ 생태학적 세계관으로 문화의 꽃 피워야

전 포항공대 철학과 박이문 교수는 직면한 과학기술문명의 위기를 극복할 문명의 새 모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생태학적 세계관을 제시한바 있다.

그가 말하는 생태학적 세계관은 자연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인식이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과학기술 문명을 반성적으로 재평가하고 그것의 의미와 기능을 거시적으로 이해하고 통제하자는데 있다.

그는 먼저 도구적 자연관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을 자연의 주인이라 자처하며 자연을 정복과 이용의 대상으로 보아왔던 잘못을 반성하고 인간을 자연의 일부로 보고 더불어 함께하는 삶이 되어야 하고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상호관계가 공동체적 협력과 조화로운 유연성으로 바뀌어야 함을 강조하였다.그리고 외형적 생산과 소유의 가치관에서 내면적 체험과 감상의 가치관으로의 전환이다.

중요한 것은 물질적 소유의 양과 수가 아니라 정신적 체험의 깊이와 질이다. 다량의 생산과 소비의 무한한 반복이 아니라 삶의 내면적 깊이의 체험에 삶의 목적을 둔다. 이러한 성격의 새 문명은 거창하고, 화려하고 장식적이고, 떠들썩한 외향적인 것 보다는 소박하면서도 아담하고, 담백하면서도 우아한 내향적 문화의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 했다.

〈사진은 산수교당 ‘살아나 운동 ’실천 바자회 사진이다. 〉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