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훈 교무의 정전강의 34 - 의두요목

정기훈련 11과목의 하나인 의두(疑頭)는 의심할 의(疑)와 머리 두(頭)로서 '의심머리' 또는 '의심의 첫머리', '의심의 실마리'라는 말이다. 의심의 첫머리란 의심의 시초 또는 의심의 근원이란 뜻이다. 의심 가운데 가장 근원적인 것임과 동시에 모든 의심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바로 의두인 것이다.

정기훈련법에서 의두는 '대소유무의 이치나 시비이해의 일이며 과거 불조의 화두(話頭)중에서 의심나는 제목을 연구하여 감정을 얻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전에 담겨진 법문, 과거 성현의 말씀 그리고 일상의 생활에서 부딪쳐 오는 사소한 일까지도 의두연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의두에 직면하여 물러서지 않는다면 그를 통해 진리의 세계에 달음질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두요목은 의두 연마를 실효 있게 할 수 있도록 선별한 20개의 조항이다. 물론 스무 조항을 다 골고루 연마할 수도 있겠지만, 그 중 한 조항을 선택하여 집중적으로 연마한다면 그로 인한 깨달음은 나머지 조항에 이르러도 두루 통할 수 있게 된다.

어느 날 소태산 대종사님을 찾아 온 이가 여쭙는다. "저는 항상 진세(塵世)에 있어서 번뇌와 망상으로 잠시도 마음이 바로 잡히지 못하오니 그 마음을 바로 잡기가 원이옵니다." 그 때 대종사께서는 "마음 바로 잡는 방법은 먼저 마음의 근본을 깨치고 그 쓰는 곳에 편벽됨이 없게 하는 것이니 그 까닭을 알고자 하거든 이 의두을 연구해 보라."라고 하시면서 "만법귀일(萬法歸一)하니 일귀하처(一歸何處)오"라는 문구를 써주신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부초처럼 흔들리는 자신 때문에 괴로워한다.

대종사께서는 괴롭고 힘든 삶을 극복하는 근본치유는 바로 마음의 근본을 깨닫는 것이며, 그 깨달음에 의두가 직행티켓임을 알려주신다. '만법이 하나에 돌아갔다 하니 하나 그것은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라는 의두요목 한 조항을 내려주심으로써 본질적인 궁구의 세계로 인도하신 것이다.

의두연마를 할 때는 마치 모계포란(母鷄包卵)과 같이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모계포란이란 어미 닭이 알을 품어 병아리로 부화시킨다는 뜻이다. 의두를 마치 어미닭이 알을 품듯이 소중하게 품어 연마하고 연마해야 큰 지혜를 얻고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헛된 욕심도 집착도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고 또 내려놓아야 한다. 모두 다 내려놓아도 내려놓아서는 안되는 것, 그것은 바로 지금 연마하는 의두요목이다.

의두연마, 맑은 정신에 비추고 비추어 밝게 깨닫는 기쁨을 누리는 묘수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