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훈 교무의 정전강의 23 - 진행사조

어느 날 한 제자가 소태산 대종사께 질문을 한다.
"저는 본래 재질이 둔한데다가 공부하온 시일이 아직 짧사와 성취의 기한이 아득한 것 같사오니 어찌 하오리까?"
이 질문은 경전 속의 질문만은 아니다. '난 뭐 하고 사는 걸까?,
왜 이렇게 잘하는 게 없지?,

나처럼 재주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처럼 잘 할 수 있을까?,
나만 뒤쳐져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도 또한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것 같고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때로는 이런 생각들에 사로잡히게 된다.

질문을 하는 제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대종사께서는 답해 주신다.

"도가의 공부는 원래 재질의 유무나 시일의 장단에 큰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신(信 )과 분(忿)과 의(疑)와 성(誠)으로 정진(精進)하고 못 하는 데에 큰 관계가 있나니, 누구나 신·분·의·성만 지극하면 공부의 성취는 날을 기약하고 가히 얻을 수 있나니라."

재주가 있든지 없든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얼마나 늦었는지를 생각해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다독여 주시는 말씀이다.

그리고 마음공부를 하는데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제시하여 주신다.

바로 진행 사조인 신·분·의·성이다.

스스로에게 가질 수 있는 부정적인 에너지의 방향을 돌려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로 전환시켜 주시고자 하신 것이다. 신과 분과 의와 성이라는 긍정의 에너지로 마음을 돌이켜 세워서 앞을 보고 간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힘을 더해 주신 것이다.

신은 믿음이다. 진리를 향한 믿음이자 수행할 수 있고, 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러므로 신은 모든 일을 이루려 할 때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분은 용장한 전진심이다. 믿음에 기초하여 생생하게 살아있는 의욕이다. 그러므로 분은 만사를 이루려 할 때 권면하고 촉진하는 원동력이 된다.

의는 일과 이치에 모르는 것을 발견하여 알고자 함을 가리킨다.

진리와 법에 대한 믿음을 세웠다면 더 자세히 알고 또 알아야겠다는 의지를 통해 수행을 알차게 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의는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모르는 것을 알아내는 원동력이다.

성은 간단없는 마음이다. 거짓 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계속할 뿐이다. 흙 한줌 돌멩이 하나하나가 모이고 쌓여 태산을 이루듯 수행의 돌멩이를 나를 뿐인 것이다. 그래서 성은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그 목적을 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안된다고, 모자란다고 하지 말자. 할 수 있다는 신·분·의·성이라는 긍정 에너지로 스스로를 채워간다면 공부하는 기쁨과 재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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