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문

어느 날 소태산 대종사께서 법성에서 배를 타시고 부안 봉래 정사로 향하는 길이었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고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배가 크게 흔들리자 배에 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불안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러다 괜찮아 지겠지'하는 맘과는 달리 배가 더 크게 흔들리며 주위마저 어두워지자 어떤 사람은 울부짖고, 어떤 사람은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등 배 안이 크게 술렁이며 소란스러웠다. 그 때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흔들림 없는 모습과 당당한 태도를 보이시며 큰 소리로 배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아무리 죽을 경우를 당할지라도 정신을 수습하여, 옛날 지은 죄를 뉘우치고 앞날의 선업을 맹세한다면, 천력(天力)을 빌어서 살 길이 열리기도 하나니, 여러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라."

그 말씀에 따라 배에 탄 모든 사람이 점점 마음을 진정하게 되었는데, 조금 후 바람도 자고 물결도 평온하여졌다. 그리고 어느 새 멀게만 여겨졌던 포구가 눈앞에 그려지고 있었다.

전날에 지은 죄를 뉘우치고 또 다시 죄악을 범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이 바로 참회이다. 참(懺)은 과거의 지은 잘못과 지금 생활하면서 지은 모든 허물을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이며, 회(悔)는 앞으로 죄업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뉘우치며 다짐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참회는 과거의 잘못된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생활을 열어가는 문이 되는 것이며, 마음의 자유를 얻고 진리의 무한한 위력을 얻을 수 있는 문이기도 한 것이다. 폭풍우를 만나 허둥대던 사람들이 진심어린 참회를 통하여 새로운 삶의 기쁨을 누렸듯이 알고도 짓고 모르고도 짓게 되는 많은 죄업을 벗어날 수 있는 문이 뉘우침과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날마다 거울을 보지만 진정한 자기를 비추어보기는 쉽지 않다. 얼굴과 머리모양을 살피고 옷맵시를 살피지만 그 모습에 사로잡혀 제대로 자신을 살피지는 못하는 것이다. 허황된 욕망과 집착으로 얼마나 많은 생령들을 짓밟고 다투며 고통을 주었는지, 잘못인 줄도 모르는 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었는지, 어리석음과 게으름을 감추기 위해 누군가를 괴롭히며 오만함으로 치장하지는 않았는지…, 제대로 자기를 비추어서 자신은 물론 진리 앞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임을 인정할 때, 진정한 참회가 될 수 있다.
나의 고통이 나로 인한 것임을 알아 참회할 수 있을 때 나와 나를 둘러싼 공간이 깨끗해질 수 있다. 남의 탓도 세상의 탓도 아닌 내 탓이요, 우리의 탓임을 참회할 때 우리도 세상도 함께 깨끗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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