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교도 한마음, 부부가 함께 하는 법잔치
'내가 먼저 알리자 원불교‥' 비전으로 교화성장

보은기도법회를 마치고 김인진 주임교무와 교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부부가 함께 나오는 교도들이 많아 마치 행복한 대가족 같은 모습이다.
동해교당 전경. 원기71년 설립되어 23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동해교당 전경. 원기71년 설립되어 23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도란도란 가족의 정 묻어나는 곳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알려주는 더없이 푸른 하늘에서 상쾌한 바다 내음이 밀려오는 듯한 곳.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 잘 알려진 능파대 촛대바위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곳. 인구 10만의 작은 시지만 두타산, 망상 명사십리, 천곡동굴, 무릉계곡 등 산과 바다, 계곡과 동굴 등 천혜의 관광자원이 풍부한 곳. 바로 동해시다.

추석 연휴가 끝난 일요일 동해시 천곡동에 위치한 동해교당을 찾았다. 일반 가정집에 조립식 건물로 지어진 법당 곁으로 커다랗게 세워진 '원불교-예낭문화원' 간판이 이곳이 교당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당에 들어서니 정원석 사이사이에 보라색과 흰 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담장에 나지막이 서 있는 감나무에는 보기에도 탐스런 주홍빛 감이 탐스럽게 익었다. 언뜻 정리되지 않은 것 같은 정원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런 가을향기를 풍긴다.

법회시간이 가까워오자 남녀 교도들이 하나 둘씩 교당에 들어선다. "고향 잘 다녀오셨어요"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모습들. 때마침 영어를 가르치는 옥용성 교도회장이 펴낸 영어교재 소식도 화제다.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우며 나누는 정겨운 담소에서 마치 대가족같은 온기가 느껴진다.

명절 후유증으로 법회 참석자가 너무 적으면 어쩌나 하는 기자의 걱정에는 아랑곳 없이 김인진 주임교무는 "신문사에서 온다고 해서 전화를 한번 돌릴까도 생각했는데 교당 현실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했다"며 시원한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하나 둘 모인 교도들이 어느새 법당을 가득 메웠다. 아빠 엄마와 함께 교당을 찾은 어린이들이 정좌를 한 모습이 제법 의젓해 보인다.

오늘은 3주째로 보은기도 법회다. 맑은 경종 소리에 마음을 가라 앉히고 선정에 든 모습에 여기가 바로 극락인 듯 하다. 세속의 시끄러운 번뇌도 오늘 이 자리에서 만큼은 모두 날려버리고 참 모습을 찾아가는 자리. 손 안에서 굴러가는 염주 한 알 한 알에 한 조각씩 마음이 모인다.

차분한 기도시간과 대조적으로 설교와 성가시간은 힘이 넘친다. "목소리가 큰 탓인지 설교시간에 조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김 교무의 피아노 반주는 목소리만큼이나 우렁찼다.

세속의 번뇌를 잊고 독경 삼매에 빠진 교도들. 손 안에서 굴러가는 염주 한알 한알에 마음이 한조각씩 모아진다.

동해교당은 지난해 30% 이상 법회출석 성장으로 강원교구에서 교화성장상을 받았다. 여자교도들이 다수를 차지했던 교당이 이제는 남자교도들의 자리가 절반이다. 이 모두는 지난해 부임한 김 교무의 노력이다.

"지난해 부임한 후 출석목표를 20명으로 정했는데, 그동안은 여자 교도들이 많았다가 이제는 남편들이 함께 교당에 나와요. 교도들이 대부분 젊고 부부가 함께 하기에 그 어느 곳보다 교화에 희망이 있는 곳입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인근 중앙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어린이법회도 열고 있다. "교무훈련 기간 외에는 한 주도 빠짐없이 어린이법회를 본다"는 김 교무의 교화열정에는 익산교당 간사근무 시절 모시고 살았던 좌산상사의 가르침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김 교무가 힘을 쏟는 것은 교법의 전달. 처음에는 인정으로 교화를 하더라도 교리에 신심이 나야 참된 공부가 된다는 것이다.

"교무는 다녀가는 사람이잖아요. 교리를 공부해서 알아야 진짜 주인이 됩니다. 법회에 참석해야 손해를 안본다는 것을 알면 좋겠어요."

법회후 교도들의 손길로 조촐하게 마련되는 점심공양 자리는 또 다른 법석이다. 온기 넘치는 밥 한그릇에 서로의 법정이 묻어나고 교화의 꿈도 영글어간다.

김 교무는 "전임 교무님들이 애를 많이 쓰셨다"고 했다. 신촌교당 연원으로 원기71년에 설립되어 23년의 역사를 가진 곳. 지역교화를 위해 시작했던 다도교실은 타종교인들도 함께 하며 지금도 매주 월요일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의 모든 교당들이 교화비전을 세우고 교화대불공에 나선 요즘 동해교당도 두가지 교화비전을 수립했다. '내가 먼저 알리자 원불교, 내가 먼저 늘리자 교도 100!'이 그것. 올해 6월 교구청에서 열린 비전수립교육 후 교도들이 중심이 되어 세웠다. 옥 교도회장은 "이제 실천만 하면 된다"며 소탈한 웃음을 머금었다.

매일 아침 동해 앞바다에 솟아오르는 찬란한 태양처럼 동해시 전역에 일원의 혜명이 환히 비출 그날을 기대해본다.

정원에 가득한 국화들이 진한 가을향기를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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