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죄악을 벗어나길

계절이 바뀌는 즈음에 괜스레 마음이 급해진다. 미루던 일도 마무리하고 옷장이며 물품 정리도 해보게 된다.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하는데, 날마다 닦는다고 닦았음에도 책꽂이며 서랍장 틈새에서 끊임없이 먼지뭉텅이가 출몰한다. 보이는 먼지는 쓸고 닦아 낼 수 있는데 실은 잘 보이지 않는 틈새나 구석에 더 많은 먼지가 수북한 것을 보니 참회를 하는 방법도 이러한 이치에 다름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잘못이라고 드러낼 수 있는 것, 죄를 지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때로는 너무도 확실해서 뉘우치고 참회하며 용서를 빌 수가 있다. 되돌아보아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면 참회의 문에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잘 보이지 않는 틈새나 구석에 먼지가 쌓이듯 가볍게 생각하고 지었거나 무의식으로 지은 죄, 또는 모르고 지은 잘못이나 죄가 오히려 무서운 죄악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회를 할 때에 죄는 물론 죄를 짓게 되는 마음의 근본원리를 알아서 참다운 참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회문에서는 참회의 방법으로 사참(事懺)과 이참(理懺)을 밝힘으로써 영원히 죄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고 있다.

사참이란 진심으로 법신불 사은님께 모든 죄를 낱낱이 고하며 참회하는 동시에 악업이 남아 있다면 고치기에 힘쓰고 날마다 선업을 지어가는 것이다. 이참이란 모든 것은 자기의 마음이 짓는 것이며, 그 근본 마음에는 죄도 죄의 자취조차 없는 것임을 참으로 깨우쳐 알아가는 것이다. 본래의 참 마음을 알게 되면 잘못을 저지르도록 하는 모든 번뇌 망상의 흔적조차 사라져서, 죄의 근본을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아무리 한 때에 악을 범한 사람이라도 참 마음으로 참회하고 공덕을 쌓으면 몸에 악한 기운이 풀어져서 그 앞 길이 광명하게 열릴 것이요, 아무리 한 때에 선을 지은 사람이라도 마음에 원망이나 남을 해칠 마음이 있으면 그 몸에 악한 기운이 싸고 돌아서 그 앞 길이 암담하게 막히나니라"라고 하셨다. 잘못을 뉘우치며 선한 업을 잘 수행하면 반드시 법신불의 응답하심이 있음을 밝히시며, 마음의 원리를 알아 마음을 잘 활용하는 공부가 바로 참회인 것을 강조하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쏟아내며 고통을 호소한다. 세상을 향해 흔들리는 작은 촛불을 바라보는 것조차 아픔이다. 차가운 바닥에 오체투지로 참회의 물결이 출렁인다. 누군가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앞서 지금 나의 참회로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갈 수 있다면…. 한 생명의 참회로부터 세상의 희망을 볼 수 있는 오늘이 되길 두 손 모아본다.

/영산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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