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함라산 산길

구룡목 마을의 황금 들판. 들판에서 S자곡선을 그리며 금강이 흐른다. 개벽의 강. 우금치를 향해 내달리는 동학군의 함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산이 누워있다." 전북 익산의 함라산은 흐르는 강물을 보며 팔을 괴고 비스듬히 누워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누워있는 용(龍)이다. 금강 건너편에 앉아 산 모양을 그려보라면 부처님의 열반상을 연상하면 될 것 같다.

고분군이 있는 익산군 웅포면 입점리 새터마을 뒷산에다 부처님의 발을 그리고 숭림사 절 쪽에는 팔을 괴고 누워있는 부처님의 모습을 그린다.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에 떠밀려 왔다가 떠밀려 가는 중생들을 그윽하게 응시하며 누워있는 산.

산의 발쪽에 고분군이 밀집되어 있다. 산의 머리쪽에는 절이 있다. 누워있는 산의 방향을 따라 산길이 펼쳐져 있다. 산길은 왕복 9km. 오고가면 18km이다. 걸어서 걸리는 시간은 4시간정도. 자생 녹차밭은 산길의 딱 중간지점이다.

 

산길. 길은 소박하다. 길너머에 보이는 들녁은 화려하다.

산길은 고즈넉하고 정겹다. 작은 잡목숲이지만 나무들의 키가 아직 작기 때문에 한쪽 면에 펼쳐진 금강과 금강이 껴안고 있는 구룡목마을을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다. 익산시에서도 이와같은 소풍코스를 염두에 두고 산길을 조성한 것 같다.


산길은 입점리 고분군이 있는 동네에서 출발해 숭림사 방향의 찜질방으로 내려오든가, 혹은 그 반대방향의 길도 가능하다. 그러고 보니 차라리 그 반대쪽에서 출발하는 것이 낫겠다. 찜질방에다 차를 세워놓고 산길을 걸어서 갔다가 돌아와서 찜질방에서 사우나를 하면서 하이킹을 마무리 하는 걸로.

자동차로 산길을 갈 수 있긴 한데, 길이 외길이라 산중에서 상대방 쪽의 차를 만나면 애먹는다. 자전거 하이커나 승마인들이 보면 매우 좋아할 것 같다. 터벅터벅 걸어서 간다면 금상첨화다.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 산길은 출발점과 도착점에 약간의 오르막길이 있을 뿐 누워있는 산과 흐르는 강물을 꼭 빼닮아 완만하고 평화롭고 소박하다.

산길을 덮고 있는 나무들은 잡목들이다. 오리나무, 아카시아나무, 산벚나무, 생강나무, 산목련나무 ….
나무들이 시간을 인식하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다. 이파리를 홀라당 날려버린 놈이 있는가 하면 노랗거나 빨갛게 색깔을 물들인 놈이 있다. 여름이 길었던 탓인가. 아직까지 성하의 여름을 즐기며 오수에 졸고 있는 나무들도 있다.

나무들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가을 풍경이 아름답다. 구룡목 마을이 원색의 강렬한 서양화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강물을 사이에 두고 충청도와 전라도의 강 양쪽 들판에 샛노란 물감이 퍼질러져 있다. 들판을 구분 짓는 곡선의 논두렁은 짙은 초록이다. 웅포대교는 아슴해서 마치 황금빛으로 채색된 화폭에 막대기가 걸쳐진 모습이다. 흐르는 강물과 함께 산길을 따라 흘러간다.

웅포차밭에서 차인들이 헌다례를 하고 있다.

 ■ 웅포차밭

우리나라 자생 차밭의 북쪽 한계선이라는 웅포차밭은 북위 36도3분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김제시 금산사 일대보다 30여km 더 올라가서 있다. 북방한계선은 웅포차밭에서부터 동쪽을 향해 전북 고창, 순창, 경남 산청, 창원, 밀양, 울산으로 선을 긋고 있다.

지난 3일 웅포차밭 헌공다례식에서 익산시 농업기술센터 류문옥 소장은 "차나무는 최저 -14도씨에서 동해가 발생하는데 익산지역은 2003년 1월 극 최저기온이 -20.7도씨까지 내려간 예가 있어 차 재배 안전지역은 아니나, 최북단 자생지로서 의미가 있다"면서 "자생차와 연관한 미래농촌 관광산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3년부터 자생차밭 주변에다 조성한 차밭단지가 완결된 상태이다.

그에 따르면 차밭이 있는 구룡목 마을 근처의 산에 산림문화체험관을 조성할 계획이다. 산림문화 체험관이 완공되면 녹차체험장, 한지체험장, 목공체험장이 들어선다.

또 웅포면 송전리 일대에 금강변 생태공원을 조성해서 생태확습관 및 체험관, 전망광장, 야생화공원, 연인의숲, 철새전망대, 하트숲 산책로, 모노레일투어, 주차장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익산시는 자생차밭과 연계해서 이 일대를 농업, 산업, 농촌관광, 유적지 등을 종합한 관광벨트로 꾸미려 하고 있다.

웅포면 입점리 고분군이 있는 산

■ 입점리고분군

입점리고분군은 익산군 웅포면 입점리 새터마을 뒷산에 분포하고 있다. 함라산에서 금강변을 따라 뻗어내린 산 능선의 동남쪽 정상부와 경사면이다. 20여년 전 동네의 고등학생이 칡을 캐다가 금동제 관모를 발견하면서 처음 알려지게 됐다. 그 후 국립문화재연구소와 원광대학교 마한백제연구소가 전부 21기의 고분을 발굴했다. 금동제 관모는 입점리 86-1호 고분에 매장되어 있던 것이다. 1호분에는 관모 외에도 금동제 신발, 은제 말띠드리개 등이 발견됐다. 입점리 고분전시관에 가면 고분의 형식과 출토 유물등을 관람할 수 있다.

숭림사 영원전에 있는 금강역사

■ 숭림사

숭림사란 절이름은 숭산(崇山)의 머리글자와 소림사(小林寺)의 림자를 가져와서 만든 이름이란다. 창건주가 숭산의 소림사에 있었던 달마대사를 흠모해 이름을 붙였던 것 같다. 절은 소담한 규모에 비해 꽤나 오래 됐다. 고려시대 때부터 폐사되지 않고 줄곧 명맥을 유지해 온 절이다. <익산군지>는 "숭림암은 함열면 북쪽 7리 함라산 아래에 있으며 보광전은 고려 충목왕 원년 을유에 건축했다"고 적고 있다. 또 "지정 5년 을유 행여선사"라는 명문와가 있어, 절은 을유 (1345)년에 행여선사가 지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록에 따르면 보광전은 임진란 때에도 불타지 않았다. 조희호의 조부가 1819년에 법당을 중수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보물 제825인 보광전은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다포식 건물로 안과 밖이 특이한 양식이다.
숭림사에서 매력적인 건물이름은 '우화루(雨花樓)'이다. 내리는 비를 꽃으로 보고 붙인 이름이 아닌가. 보광전의 고풍스런 법당천정은 더 매력적이다.

산길은 입점리 고분군쪽 722번국도에서 '중앙교회 수양관'이라는 입간판이 있는 곳에서 출발하든지, 숭림사쪽 찜질방에서 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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