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교화 이렇게 한다 4 / 서울 도운회
택시안에서 무시·무처로 수행정진
잠자는 교도에게 원불교 가교 역할

서울도운회 교도들이 시민선방의 월례법회에 참석해 교도들과 함께 성가를 부르고 있다.

 '길을 달리면서 마음을 운전한다'는 도운회(道運會)는 익산, 서울, 전주, 정읍 등 4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19일 오후2시에 시작된 서울 도운회(회장 남영수) 월례법회. 매월 셋째주 일요일에서 열리는 법회는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무리없이 진행됐다. 이날 최희공 원무는 '새 천지 열려가니 새 사람되자'는 설교를 통해 고객이 불공의 대상임을 강조했다. "마음을 잘 쓰고 교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으로 대하는 사람마다 고객마다 최대불공을 합시다. 법신불 일원상이 사은의 본원이기에 손님을 대할 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원천적 은혜로 감사생활을 합니다."

최 원무의 설교에 이어 진행된 회화시간에는 단연 이야기 꺼리가 많았다. 버스기사와 달리 손님들을 맨투맨으로 대화하기 때문이다. 남영수 회장이 일원상을 차에 모시고 다니면서 생긴 공부담을 자연스레 꺼낸다.

"처음엔 제 신앙과 수행을 위해서 일원상을 택시안에 모시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자꾸 승객들이 저 동그라미가 무엇이냐고 묻는거예요. 처음엔 당황했는데 이제는 일원상에 대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승객들에게 원불교를 알리는 것도 큰 교화라고 생각하니까요."

오도환 교도도 손님을 대하면서 겪은 공부거리를 재미있게 이야기 한다. "택시에 일원상을 모시고 다니니깐 교도님들이 특히 좋아하고 반가워해요. 여의도에서 택시를 탄 한분과 이러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 분이 어머니가 열반하신 후 원불교를 등한시했는데 다시 법회에 나가겠다고 마음을 챙기는 것을 보고 기뻤지요."

일원상이 대화의 매개체가 되어 잠자는 교도를 깨운 셈이다. 달리는 법당 안에 일원상이 모셔져 있는 것을 보고 새롭게 마음을 챙기는 기연을 마련했으니 인연의 고리를 실감한다.

회화를 듣다보니 마음공부 만큼은 어디에도 비할 바가 아님을 알게 됐다. 17명의 회원이 내뿜는 열기는 서울에서 운행되고 있는 7만 5천대의 택시기사들의 정성에 한가지를 더한다면 마음공부로 무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보륜 교도는 권도갑 교무의 한 말씀을 지금도 보감으로 삼고 있다. "교당에서 권도갑 교무님과 마음공부할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승객은 누구냐?'는 물음에 '택시요금 안내고 도망치는 사람과 술먹고 타는 사람이다'고 말하니 '그 사람이 내동생, 부모, 친척이라고 생각해라'는 말씀을 가슴에 품고 삽니다."

이 교도의 이야기 처럼 택시업을 하다보면 타는 승객만큼이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에 마음공부는 이론이 아닌 실전이 됨을 알 수 있었다. 최현수 교도도 인과의 원리가 금방 온다는 것을 말했다.

"삼풍아파트에서 남자 손님이 내리는데 택시요금이 4천300원 나왔는데 도망가더라구요. 제가 쫒아가면 잡을 수 있는 거리였는데 내가 쫒아가다가 저 사람이 다치면 어떡할까 하는 생각에 멈추었어요. 그렇게 마음을 돌리고 나면 장거리 손님이 타기도 했죠. 마음공부를 안했다면 이런 상황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을거예요."

이처럼 도운회 교도들은 오히려 마음이 풍요롭다. 옛날에는 성질을 자주 냈는데 이제는 손님을 편안하게 대한다는 서진성 교도도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웃음보가 터진다. 그도 인과의 원리가 거스름돈에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택시요금이 3천100원 나오면 3천원만 받고 잔돈을 안 받아요. 100원의 차이지만 승객들이 좋아해요. 그러면 이상하게도 택시요금이 1천900원 나오면 2천원 주고 가는 사람이 많아요."

이렇게 자리잡기 까지에는 현재 총무를 맡고 있는 서철훈 교도, 최희공, 양인승 원무가 역할이 컸다. 원기91년 2월5일에 발족한 서울 도운회의 초창은 어려웠다. 서울회관 회의실에서 5개월 동안 전전긍긍하다가 시민선방으로 둥지를 틀면서 활기를 찾게 되었으니 만감이 교차했으리라.

이날 익산 도운회장인 양인승 원무도 서울도운회 법회에 참석해 애정어린 일침을 아끼지 않았다. 21년간의 익산 도운회 활동을 농축해서 독려했다. 그의 한 마디 말이 도운회원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택시 뒷면 유리에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

"서울도운회가 희망도 있지만 가슴이 답답한 면도 있어요.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내가 신앙적으로 거듭 태어나야 묘미도 느끼고 천록도 나옵니다. 내 뒤에 법신불 사은님의 백 그라운드가 있다는 것을 느끼니 마음에 힘이 생기게 되지요."

서울 도운회 법회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서울행 고속버스에 몸을 싣는 그의 정성이 물씬 묻어난다. 옆에서 묵묵히 앉아 있던 송학진 교도는 요즘 경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손님들이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는 단거리는 택시를 많이 이용했는데 그마저도 30분이내 마을버스 무료환승을 많이 이용합니다. 손님들이 줄어든 셈이지요. 앞으로 김포와 오금동을 오가는 황금노선 9호선이 개통될 예정이어서 타격이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신앙으로 무장한 서울도운회의 회원들이 있기에 법회의 분위기는 화기로울 것으로 보인다. 법당에서 빛나는 도운회원들의 눈빛들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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