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하정 교무/
    포카라교당
네팔에 있다가 한국에 나와 일을 보던 중 우연한 기회에 2008 국제 대안 무역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참석했다.

대안무역이란 용어의 시작은 영어의 'Fair Trade'인데, 한국어로는 아직 통일이 되어 있지 않아서, 대안무역, 공정거래, 민중교역, 희망무역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고 있다.
회의는 3부로 구성되어 기조연설과 '대안무역 생산자 지원 어떻게 할 것인가?' '아시아 대안무역 운동의 현황' '대안무역 마케팅 전략-영국의 대안무역 성공기업인 카페 다이렉트 사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발표와 질문이 있었다.

대안무역은 브라질에서 사역을 담당하던 어느 가톨릭 신부님이 '3달러 짜리 커피 한 잔 속에 농부의 몫은 단 3센트 뿐' 이라는 농부들의 현실을 알고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제3세계와 경제선진국 소비자의 교류를 시도한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력을 자랑하는 나라지만 세계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반성에서 '아름다운 가게'가 2002년 시작한 것이 시발점이 되었고, 지금은 비영리 단체·기업·언론·학계·시민 등 한국 사회 전반 속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원기77년(1992) 외국인 종교 지도자들이 중도훈련원에서 훈련을 받는 일에 실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

외국 종교지도자들이 원불교가 세계를 위해 내놓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물어왔을 때 대산종사님께서 내놓으신 세계평화 3대 제언을 소개하면서, 그 두 번째 항목인 '공동시장 개척' 에 대한 교단적 개념 정의를 위해 여럿이서 함께 고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동시장'이 무엇이고 이를 현실화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자 노력했다. 네팔에서 개척을 시작하면서 이론적으로 정리된 것은 없지만 네팔을 도우려면 공동시장 개척을 실천해야 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에 대한 개념 정리와 실천을 모색해 왔다.
대안무역이 80년대를 기점으로 품목을 다양화 하는 정도로까지 성장해 왔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세계 인구의 17%가 지구자원의 80%를 소비하고, 83%의 인구가 1/5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부정의한 현실을 바꾸기 위한 윤리적 자각이 새로운 경제시장을 만드는 활동으로 나타났단다.

'공동시장 개척' 법문의 내용을 보면 '생존경쟁이 아니라 공생공영을 위한 시장 개척' 이라고 하셨다. 나는 이즈음에야 생존경쟁이 아닌 '공생공영'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회의 진행 내내 '일원세계 건설을 위해 우리가 다하지 못하는 일을 하시는 세계 각계의 석학들과 전문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소태산대종사탄생100주년 행사 이후에 하셨던 대산종사의 법문이 새삼 마음에 부딪혀 왔다. 알아듣지도 못하고 받들지 못한 죄스러움도 함께 밀려왔다.

앞으로 공동시장이 생길 장소까지 지적해 놓으셨다던 대산종사님. 교단 초창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 어려운 산업계를 맡아 일으키고 공부와 사업으로 도를 실천하셨던, 우리 선진님들을 잊고 있었다는 자책감도 들었다.

이제 새로운 세기에 그 혼들을 살리고, 체받아서 '공동시장 개척'의 일꾼들이 되어 세계 평화의 실천적 주인공들이 되어지길 염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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