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서서 일원상의 비밀을 듣고 있다

변산구곡로(邊山九曲路)
석립청수성(石立聽水聲)
무무역무무 (無無亦無無)
비비역비비(非非亦非非)

참으로 아름답고 멋진 시 한수이며 언제 받들어도 삼년 묵은 체증뿐 아니라 천년 묵은 체증까지 속 시원하게 가슴을 맑혀 주시는 법문이다.

이 뜻을 알면 곧 도를 깨닫는 사람이라 하셔서 성리 연마 1순위 화두이다.
산과 바위 그리고 물소리 대자연이 합창하는 일대 연주회가 열렸다.
그대들이여! 구멍 없는 피리와 줄 없는 거문고로 연주하는 대자연의 대향연을 먼저 감상하자!

물은 생명의 어머니이시고 영성의 고향이다. 법(法) 이라는 한자는 물수(水) 변에 갈거(去) 이다. 물이 흘러가는 것이 바로 생명이요 법이요 진리이다.

물이 흐르는 소리는 대자연의 통쾌한 웃음소리요 후천개벽의 영원한 무량설법이다. 물이 없는 별에는 생명이 존재할 수없는 죽음의 별이라 한다.

부처님께서는 무 안이비설신의 또는 무 색성향미촉법 등 심경에서 무려 21번이나 무무무무무를 되풀이 하셨다. 이는 일체를 온통 놓아버려라(都放下) 그리하여 오직 선정에 들어서 구경열반(究竟涅槃) 대적광전(大寂光殿) 적멸궁전(寂滅宮殿)에 무주이주(無住而住)하라 그래야 비로소 한 소식을 듣는다 하셨다.

오욕으로 찌든 눈과 귀는 먼저 청결하게 해서 맑은 마음이라야 이 소식을 접할 수 있다. 한때 대산종사는 신도안 서용추 맑은 물에 목욕을 마친 대중들에게 다음 같이 법문 하셨다.

“변산구곡로에 돌이 서서 물소리를 듣더라. 이는 다 성불해서 유유자적한 심경을 말한 것이고 또 없고 없고 또한 없고 없다. 눈을 감고 가만히 세상을 둘러보면 세상에 쌓아 놓은 것 그것 없는 것이다. 또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아니다, 옳다 그르다, 아니다 맞다, 네가 낫다, 내가 잘산다, 시시비비로 보는데 그것 아니다. 우리는 일마다 원수가 있고 미운 사람 좋은 사람이 있는데 바위는 홀로 서서 물소리만 듣고 있다. 여러분들이 여기에 토를 떼고 이 맛을 봐야 한다.

대종사님께서 변산에 들어가시어 이 맛을 못 보셨다면 중생제도하시기 위해 회상을 창립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그 맛을 보셨기 때문에 다시 사바세계에 나오시어 만 중생에게 법륜을 굴리셨다. 이 맛을 보고 중생 제도 하지 않을 수 없고 이 맛을 보지 못하고 참으로 중생 제도할 수 없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