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나를 살려내자. 나태한 나를 이겨보자. 오늘부터 5시 아침좌선에 가기로 했다. 나는 살고 싶다. 그것도 아주 우아하게, 향기 나게 살고 싶다. 4시 30분에 일어나는 일, 나 자신과 흥정하는 시간이 가뿐하다.

문을 열고 밖을 나서니 온 세상이 하얗다. 싸락싸락 내리는 싸락눈을 맞는 새벽길이 꼭 서설(瑞雪)을 맞으며 가는 듯 상큼하다. 눈길의 운전대를 잡은 손도 이제는 그렇게 떨리지 않는구나. 내가 아직 살아있어 이렇게 장엄한 대열에 함께 할 수 있는 거구나.

법당에 앉으니 졸음이나 잡생각이 덜 나서 참 좋다. 1시간 15분의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에 의존하지 않고 이 새벽에 홀로 찾아와 기도할 수 있었다는 것, 이것은 내 인생에 개벽을 이루게 될 큰 획이 되리라.

차 앞으로 나와 보니 차는 그동안 온통 하얀 털모자를 뒤집어썼다. 앞뒤 유리문을 털고 돌아오는 길, 뿌듯함이 가득 차 오른다.

원기 91년은 무언가 갈망하고 있던 내게 단비와도 같은 은혜로운 만남이 있었다. 바로 장명주 교무님이 부임하신 것이다.

우리 교법을 머리로는 알겠는데 실제 생활 속에서는 경계에 넘어가 좌충우돌이었다. 마음에 정력이 부족함을 깨닫고 심지를 굳건히 단련할 수 있는 공부가 필요했다.

그래서 새벽좌선에도 나가보고 교당 마음공부 초급반, 중급반을 수료하고 마음대조일기 쓰기, 강연연마, 사경도 하고 남편과 함께 100일 기도도 하고, 교무님의 열정과 이끌어주심에 감사하며 교무님이 하라는 것은 모두 꼭 해야만 하는 숙제로 생각하며 빠짐없이 하려고 노력했다.

그 중에 교무님을 모시고 남편과 함께한 100일 참회기도는 기도 후 논쟁에 가까운 대화의 시간이었지만 많은 부분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보내고 나니 연말에는 스스로 ‘올해는 참 열심히 살았구나! '하면서 대견한 생각이 들었고 자력을 세우고자 노력했던 한 해였음이 뿌듯했다.
<서청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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