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연구

박혜훈교무의 정전강의 20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어떤 선택이 옳은 걸까요?”, “정답이 뭐죠?” 풀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무작정 교무님들께 달려가 이렇게 여쭙는다. 그럴 때마다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씀이 있다. “함께 연마해 봅시다.”, “깊이 연마해 봅시다” 라는 것이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바로 해답이 튀어져 나올 것을 기대했던 마음에 실망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은 잠시뿐이다. 조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오히려 마음이 고요한 상태에서 다시 문제를 떠올려본다. 도대체 출구가 보일 것 같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담담하고 선명한 결론이 펼쳐진다.

사리연구의 재미다. 연마하고 궁구함의 재미다. 힘들고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었을 때처럼 시원하고 상쾌한 맛이다.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찾아낸 나의 해답이기 때문이다. 우주와 자연의 신비로운 이치와 사람살이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일의 근본원리를 연마하고 궁구하는 것이 사리연구이다.

일(事)은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옳고 그름이나 이로움과 해로움이 생겨나는 것을 말한다. 이치(理)는 우주자연의 조화를 이루는 기본질서이다. 크게 보면 하나의 질서이지만 구별하여 보면 제 각기 모양과 형태를 달리하고 있다. 또한 보이기도 보이지 않기도 하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온갖 변화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연구(硏究)란 일과 이치를 깊이 연마하고 깨우쳐 가는 것이다. 드러난 현상이나 그늘진 마음에 묶이지 않고 본래의 마음에 비추어 참 지혜를 밝히고 근본원리를 깨달아가는 것이다.

어려운 선문답이나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와 같은 것만이 사리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삶 속에서 얻게 되는 작은 알음알이도, 미물 곤충의 움직임조차 사리연구 공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사리연구는 실생활에서 밝게 분석하고, 빠르게 판단하여 바른 지혜를 얻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사리 연구 공부를 오래오래 계속하면, 천만 사리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데 걸림 없이 아는 지혜의 힘이 생겨 결국 연구력을 얻을 것이니라”라고 하셨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그 일 그 일, 경전을 통해 전해 듣는 위대한 성인들의 가르침,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건전한 의견교환, 열린 눈으로 바라보고 까닭 있게 생각하며 접근하는 자세, 그 어떤 것도 사리연구 공부가 될 수 있다.

내 안에 일원상과 같은 밝은 지혜광명이 있음을 믿고, 연마하고 궁구함을 오래 오래 계속하면 된다. 맑은 물에 흔들림 없이 선명한 자기 모습이 비추듯 지혜의 빛으로 온 세상이 다 비춰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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