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지금 이 순간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어찌 다행 이법을 만났는가? 어찌 다행 좋은 인연들을 만나게 되었는가? 권도갑 교무님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CD를 듣는 시간은 가슴 속에 삶의 희열이 가득 차 오른다.

그런데 이런 마음이 아직 항상 여여하진 않다. 행복한 순간들 사이사이로 은근히, 슬며시 찾아오는 나의 경계는 그야말로 은현자재 하면서 나의 심기를 괴롭혔다.

그 날도 나의 경계는 그렇게 찾아왔다. 결혼 후 내가 불만스러운 것 중에 하나가 경제운용을 투명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입에 알맞은 지출을 하며 미래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라면 남편은 나와 생각이 달랐고 부부가 경제문제로 논의하는 것을 싫어했다. 월급에서 생활비를 보내지 않는 남편, 투명하게 경제를 밝히지 않는 남편, 인터넷뱅킹 비번을 부인이 공유하는 것이 사생활 침해라는 남편이 밉고 화가 났다.

그러던 중에 일요 예회 공고시간에 교무님께서 남편이 빔 프로젝터를 희사했다는 내용을 발표하셨다. 그 말씀을 듣는데 내 마음이 곱지 않았다. 어떻게 한집에 사는 부인한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렇게 결정하고 행동했을까? 나중에 알고 보니 아버님이 열반하시기 전에 손자 대학 입학금에 보태라고 주신 돈인데 아버님 앞으로 여러 대중에게 좋은 일을 해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 알고 보면 남편이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그 때 나는 그런 사실을 수용할 수 없어 정말로 괴로웠다.

이 괴로움의 원인이 남편에 대한 나의 분별성과 주착심 때문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마음으로 대중을 갖고 공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고 답답하기만 했다. 교무님께서는 “내가 옳다는 생각을 놓고 남편에 대한 화살의 초점을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왜 이 문제에서 나는 자유롭지 못하는가?

<서청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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