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지내는 분 중에서 명상 속독법을 가르치는 분이 있다. 우리 아들이 이걸로 훈련하면 집중력도 키워지고 성적도 오르고 무엇보다 마음공부가 되겠다 싶어 말을 꺼냈다.

"지난 번에 그 속독 하신다는 선생님 알지? 너 이제 정식으로 한번 배워봐. 담 주에 오시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언제 한댔어?"하며 화를 내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이었다.

"야! 이건 공부가 아니야. 숙제도 없어. 그냥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면 되는거야."
"엄마 참 돈도 많다. 안한다구."
"안하는 이유 설득력 있게 말해봐."
"국어 과외까지 하잖아. 이거 다 엄마 욕심 때문이지 나 위한 거 아니잖아."

여기서 빡 돈다. 이 녀석 말 할 때 마치 조폭이 사채 받으려고 협박하는 태도로 건들 거리며 인상 쓰면서 하는 것도 못 봐주겠는데, 거기다 자기가 하는 공부가 내 욕심 때문이라고 하니 참을 수가 없다. 물론 마음 같은 거 볼 여유 없다.

"뭐야? 너 다시 말해봐"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녀석의 뒷통수를 냅다 두 번 강하게 쳤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내 손이 얼얼했다. 그러자 벌떡 일어나면서 "아악!" 소리를 지르더니 옆에 세워 둔 선풍기를 집어 던지는 것이 아닌가.

바로 이때 놀라면서 마음이 보인다. 그 강열한 소리와 아들 녀석의 행동이 나를 일단 깨워 놓긴 했다. 아주 잠시 마음을 보았는데 '내가 아주 많이 화가 났구나' 하는 정도이다.

"어디서 엄마 앞에서 물건을 던져! 버릇없는 놈!"

이 말은 내가 마음을 보고 난 뒤였기 때문에, 정신이 돌아왔기 때문에 그래도 차분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내가 취해야 할 것이 무엇일까 좀 망설여졌다. 일단 마음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묘한 작용이라 마음을 보기만 하면 화는 가라앉는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어디서 그렇게 버릇없이 굴어?"하면서 따귀를 보기 좋게 올리려고 시도 했는데 덩치도, 키도 워낙 나보다 커서 좀처럼 제대로 먹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강한 어조로 "선풍기 고장 났으면 죽을 줄 알아! 용돈 한달치 받지 못 할 줄 알아! 알았어?"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큰 놈이 떨어져 나간 선풍기 목을 붙여서 전원을 넣는다. "엄마 돌아가긴 하네요. 테이프 붙여서 쓰면 되니까 고장 난거 아닌 걸로 하죠."

너스레를 떨면서 지 동생에게 "너 다행인 줄 알아라" 한다. 분이 안 풀려 씩씩거리는 작은 놈, 그래도 분위기 좀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큰 놈을 보니 웃음이 났다.

자식들에게 내 존재를 어떻게 보여야 제대로 엄마 노릇하는 걸까? 헤매고 있는 내가 보인다. 아이들에게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거,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까 하는 욕심에다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어두운 마음을 한쪽에 쌓아놓고 있는 것 등이 보인다.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로도 우리 대화는 끝이 없었다. 한 번씩 부딪힐 때마다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대해야 될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대화가 끝나고 마음도 풀려갈 즈음에 한마디 했다.

"너 정말 선풍기 부술 줄은 몰랐다."
"나도 엄마가 뒤통수를 그렇게 세게 칠 줄 몰랐어."

"야! 엄마는 아들 좀 때려도 되는 거야. 그런데 어른 앞에서 물건 부수는 건 해서는 안 될 짓이야" 웬일로 잠잠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겠지? 내 생각이다.

이렇게 아들을 통해 마음을 보고, 세상을 보고, 무상의 도를 몸으로 마음으로 익혀 나간다.

/돈암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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