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취사

박혜훈교무의 정전강의 21

비가 오고 있다. 핑계 꺼리를 찾고 있었다.

‘비가 오니까 오늘은 별 도리가 없지.’

‘비가 그치면 내일부터 하면 되지.’

날마다 운동을 하기로 하고 운동과 더불어 몇 가지 원칙을 세워놓고 심신을 다스려야겠다고 결심한지 사흘째다. 벌써부터 준비하고 또 연마해서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웠지만 또 몸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내 몸과 내 마음이지만 내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늘 실천의 문 앞에서 주저앉게 된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스스로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되뇌인다. ‘이것이 수행이며, 힘이다!’라고.

우리의 삶, 몰라서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은 분명하다.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고자 한다. 옳은 선택을 믿지만 항상 옳은 방향으로 실행해가는 결단력이 아쉽다. 모두 실행력이 부족한 것이다. 그래서 삼학 중 작업취사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작업(作業)이란 무슨 일에나 우리의 감각기관 (눈, 귀, 코, 입, 몸, 의식)을 움직이며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취사(取捨)란 옳은 일은 취하고 그른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작업취사공부를 한다는 것은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떠한 상황 속에서 활동을 하든지 정의로운 일, 선한 일을 해가는 실행공부를 해가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일에 당하여 시비를 몰라서 실행이 없거나, 설사 시비는 안다 할지라도 불 같이 일어나는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철석같이 굳은 습관에 끌리거나 하여 악은 버리고 선을 취하는 실행이 없는 까닭이니"라고 하시어 취사의 힘을 얻지 못하는 원인을 밝히시고 이를 경계하도록 하셨다.

정신수양을 통하여 온전한 마음을 얻고, 사리연구가 옳고 그름을 바르게 판단하는 지혜를 밝히는 것이라면, 작업취사는 욕심이나 습관의 빗장을 부수고 실천의 문을 열어가는 것이다.

작업취사의 힘은 유무념 대조를 통하여 잘못된 습관을 고쳐가고, 일기를 기재하여 하루를 점검해 감으로써 얻어진다. 계문 한 조목 한 조목 대조하는 가운데 나를 되돌아보고 바르게 하는 것도 취사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아주 작은 행위라 할지라도 참다운 행이었는지, 옳은 것을 향하여 용기 있는 한 걸음을 내딛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취사력을 얻어 나가는 방법이 된다.

내 몸과 내 마음에 참 자유를 얻고,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에 자유로울 수 있는 여의보주(如意寶珠)를 얻을 수 있도록 오늘도 내일도 맑히고 밝히며 실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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