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나누기 성금 마련위해
먹거리 장터 여는 여교사들

■ 교당을 찾아서 /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 교당 

최양전 교도 / 오수교당
9일이었나? 정보예술고등학교 교당을 찾은 날이 마침 이 학교의 ‘장날’이었다. 전교생이 체육대회를 하고 있었다. 운동장은 이리 저리 모여 뛰며 게임을 하는 학생들로 소란스러웠다. 곳곳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학교는 생기발랄한 활기로 넘쳐났다.

선생님까지 운동복을 입고 학생들과 함께 뛰어다니는 바람에 겉보기에는 학생과 교사가 구분이 안됐다. “보아하니 굵고 새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폼을 잡는 학생도 있네!”

운동장 한 켠에는 정말 장이 열리고 있었다. ‘먹거리장터’였다. 천막 지붕의 다소 길쭉한 부스에는 학생들이 옹기종기 붙어서 먹자판을 벌이고 있었다. 시원하게 생긴 아이스크림 통에는 ‘메뉴판’까지. “샌드위치 1,000원 / 아이스티 500원 / 캔음료 500·900원 / 아이스크림 400·600원 / 문어발 쥐포 500원. ^^ 선생님들의 사랑이 담겨 있어요. ^^”

▲ 선생님들이 가사실에서 먹거리 장터에 쓸?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점심시간이라서인지 샌드위치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선생님들의 사랑이 담겨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학교 교당 이민수 교무는 “샌드위치 제조공장을 직접 눈으로 봐야 이 뜻을 알 수 있다”며 가사실의 문을 열어 보여 주었다.

가사실 안은 말 그대로 샌드위치 제조공장이었다. 공장 안은 분주했다. 고소한 빵 냄새와 “지글지글” 기름 냄새. 샌드위치의 제조과정은 여러 분야에서 분업화되어 있었다. 계란 프라이를 굽는 사람, 토마토 캣찹을 바르는 사람, 야채를 써는 사람. 이민수 교무는 “이분들이 전부 선생님들”이라고 일러 주었다.

“선생님들이 샌드위치를 만드는 이유가 있어요. 첫째는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사랑을 전해주자는 목적이 있고요, 둘째는 은혜의 김치나누기 성금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예요.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교당의 봉공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은혜의 김치나누기’는 이 교무가 원광정보예고에 부임해 오면서 시작된 것으로 올해가 5년째이다. 은혜의 김치나누기란 어머니가 돌아가셨거나 혹은 어머니가 편찮아서 김장을 할 형편이 되지 않는, 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먹거리장터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각각 10∼20kg 정도의 김치를 은밀하게 전달하는 행사이다.

‘은혜의 김치나누기’ 성금 마련을 위한 먹거리장터는 여교사들이 주축이 되어 하면서 몇몇 남교사들이 거들기도 한다.

이 교무로부터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이날 순 수익금은 150만원정도라고 했다. 지난 해 백만원 정도였던 것에 비해 수익금이 늘긴 했지만, 물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올 겨울 은혜의 김치나누기도 작년과 비슷한 물량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은혜의 김치나누기 성금 행사는 보은 봉공의 생활화를 모토로 하고 있는 정보예고 교당의 가장 큰 봉공행사이다. 이밖에 북한 동포돕기 행사, 군부대 책보내기, 교내 환경정화 활동, 그리고 관공서와 환경미화원 등에게 하는 차대접봉사가 해마다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지난달에는 교사와 학생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북한동포 식량돕기 성금 155만8천원을 원불교은혜심기운동본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원광정보예고의 학생법회는 매주 목요일 열린다. 법회 출석 학생은 120명이다. 교직원법회는 매주 월요일 열린다. 교직원과 학생은 교화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교직원은 천지단, 부모단, 동포단, 법률단의 총 4단이고, 학생들의 모임을 원우회라고 하는데, 원우회는 은혜단이 추가되어 총 5단 체제이다.

이 교무에 따르면 교화는 주로 수업시간에 이루어진다. 일주일에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종교와 철학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연스레 원불교의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한단다.

▲ 선생님들이 가사실에서 먹거리 장터에 쓸?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다
이 교무의 수업시간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게 교재 없이 진행된다. 이 교무는 학생들이 “왜 수업시간에 교재가 없느냐?"고 물었을 때 ‘마음'이 교재라고 일러주었다고 했다.

“내 수업시간은 마음공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습득하는 시간이예요. 마음공부의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예요. 일기를 쓴다는 것 자체가 마음공부가 된다고 할 수 있죠. 그 순간은 참회가 되거든요. 마음 공부 시간은 교사와 학생이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예요. 서로간에 의사가 소통되니까 학생들이 이 시간을 재미있어 해요."

지난 22일에는 원예고 1학년 학생들이 총부순례를 했다. 학생들은 대각전에서 김대성 성지해설사로부터 강의를 듣고 총부를 순례하고는 원광보건대학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고 돌아갔다. 총부순례는 예년에는 이 교무의 수업시간에 반 별로 순례하던 것이었는데 올 해에는 1학년이 한꺼번에 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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