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자리잡은 정신개벽의 장
즉문즉설(卽問卽設)로 문답감정, 교도들 마음 녹여
기본 충실하며 요가교실 등으로 교화 활력

나운교당 화요법회 참석자들이 송정현 주임교무의 설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바로 바로 이뤄지는 문답감정이 교도들의 마음을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여기에서 나오는 모든 이야기는 바로 나의 이야기다. 마음의 원리는 하나이기 때문이다.
상가2층에 자리잡은 나운교당 입구

전북 군산의 신도시인 나운3동 청솔아파트 상가. 무심코 지나치면 무슨 간판이 붙었는지도 모를만큼 복잡한 이 건물 2층에 '원불교 나운교당'이 있다.

좁은 복도를 지나니 세탁소와 식당 사이에 자리한 교당을 바로 찾을 수 있었다. 문을 열자 '딸랑'하며 마음을 맑혀주는 듯한 종소리가 울린다. 송정현 주임교무는 "교당이 다 똑같지 취재할 게 뭐 있느냐"면서 "기왕 왔으니 차나 한잔 하고 가라"고 자리를 권했다.

264㎡(80평) 상가를 터서 만든 법당. 그중 법당을 제외한 1/4이 사무실 공간이다. 복도와 다용도실을 빼고 나면 그나마 얼마 남지 않는다. 법당 쪽에는 넓은 유리창이 있고 반대편에는 책들이 빼곡이 자리했다.

사무실은 평소에는 업무용으로, 손님이 오면 상담실로, 일요법회 때는 다시 소법당으로 바뀐다. 그야말로 전천후다. 송 교무와 청소년 담당 김유인 교무는 저녁에 숙소에서 잠을 자기 위한 시간을 빼고는 이곳을 비우는 법이 없다. 언제 어느 때 교도들이 찾아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쪽 켠에 마련된 찻상에서 김 교무가 솜씨 좋게 차를 우려낸다. 얼마전 열린 중앙교구 어린이 교리퀴즈대회에서 나운교당 김혜성 어린이가 개인부문 1등을 했다. 지난해 4월부터 어린이법회를 시작했음에도 짧은 기간에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차 향기에 잠겨 있자니 다시 문소리가 난다. 저녁7시부터 시작되는 화요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교도들이다. 김 교무는 "일요일은 정식 예회로, 화요일은 마음공부 위주로 법회가 진행된다"고 귀뜸했다.

몸이 아파도 설교 마이크 앞에만 서면 힘이 솟는다는 송정현 주임교무의 설교 모습

이윽고 설교시간. 송 교무가 한켠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끌고 오며 질문을 던진다. 그 모습이 흡사 TV프로그램의 명강사 같다.

"오늘은 무슨 공부를 할까요? 한 주 동안 어떤 경계가 있으셨나요?"
"급한 일로 운전을 하고 가는데 앞차가 느리게 가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A교도)

"내가 조급하면 차가 더 늦게 가는 것 같죠. 착에 걸린 것입니다. 본래 평정심을 찾아야지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원하지 않는 자리에 있을 수밖에 없어요."(B 교도)

"화이부동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는 속 깊은 공부를 할 때입니다."

송 교무의 설교는 모두가 '즉문즉설(卽問卽設)'이다. 교도들의 마음 작용에 대해 문답감정이 바로 바로 이뤄지는 것. 어떤 때는 정전에서, 어떤 때는 동서양 고전에 담긴 이야기가 막힘없이 쏟아져 나온다. 듣는 이들도 눈을 밝게 빛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송 교무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설교'다. 일요예회 때는 거의 1시간 가까이 설교를 한다. 처음엔 논란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 매력에 푹 빠졌다. 동서양과 고금을 관통하는 설교는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교도도 많이 늘었다. 이로 인해 송 교무는 지난해 출가교화단총단회에서 일반교화부문 활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교당은 마음공부 하는 곳이잖아요. 그래서 설교가 핵심이죠. 일기로 문답감정을 할 수도 있지만 요즘 사람들은 쓰는 것을 싫어하잖아요."

20분 설교도 길다고 하는 요즘 시대 감동과 함께 마음의 응어리를 속 시원히 풀어주는 송 교무의 설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설교는 단지 설교로만 그치지 않고 속 깊은 인생상담과도 이어지기도 한다.

설교에 빠져 있다보니 언제 들어섰는지 저녁 요가반 학생들이 송 교무의 설교를 경청하고 있다. 나운교당은 매일 오전10시 반과 저녁8시에 요가교실을 연다.

송 교무가 부임한 4년전부터 화요법회와 요가교실을 꾸준히 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요가교실에는 교도보다도 비교도, 타종교인이 더 많다. 요가를 배우러 왔다가 마음공부에 끌려 입교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요가교실은 은성원 교도가 담당하고 있고, 곽성도 교도는 수지침을 비롯해 교당운영에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법위단계별훈련으로 공부의 깊이를 더하는 나운교당 교도들. 나운교당은 공부위주 교화종, 교화위주 사업종의 순서가 잘 지켜지고 있다.
일반교화 못지않게 정성을 들이는 어린이 교화. 덕분에 나운교당은 어느 곳보다 생명력 넘치는 교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송인봉 교도회장은 "몸 고치러 왔다가 마음까지 고치니 이보다 큰일이 없다"며 내심 기쁜마음을 표현했다.

송 교무가 처음 부임했을 때 나운교당은 상당히 어려웠다. 그 때문에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냉방에서 지내기 일쑤였다. 김 교무가 부임한 지금도 경제적 부담은 여전하지만 교화에는 아낌이 없다. 어린이들의 교리 실력이 그만큼 출중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사실 송 교무는 교화보다 자기 공부를 더 강조한다. 내 공부가 되지 않으면 교화가 될 수 없고, 교화가 안 되면 모든 것이 안 된다는 뜻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교당 전체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건물이 이쁘기를 해요, 거창한 일을 하기를 해요. 뭐 보여줄 것이 아무 것도 없어요."

보여줄 것이 없다는 나운교당에서 교화의 가장 기본을 본 듯 하다. 밤이 깊어 네온사인이 화려해진 도심 속, 그 한 가운데서 정신개벽의 북소리가 조용히 울리고 있었다. 귀 밝고 눈 밝은 이들은 이미 먼저 와서 즐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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