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기에 당하여

바야흐로 전무출신 인사의 시기가 다가왔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자주 되풀이 된다. 그만큼 인사는 조직의 사활에 영향을 준다. 원기94년도 전무출신 정기인사에 대한 안내에 이어 인사대상자의 의견과 교당·기관의 요청이 17일로 마감됐다. 교정원의 업무 시간표에 따르면 94년 1월11일 이임인사를 하고 1월18일 부임인사를 하게 된다.

교단의 인사 규정에는 기본 원칙이 밝혀져 있다. 전무출신은 무아봉공의 정신으로 인사에 순응하여야 하며, 인사는 공의에 의하여 공정 무사하게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총무부에서는 원칙에 바탕하여 원기94년 정기인사 방침으로 교단의 인사 수급과 인사 균형을 고려하여 인사하되 교단 정책적 인사에 있어서는 조절할 수 있으며, 교화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공동교화지는 통합발령을 낼 수 있다는 등 12가지 사항을 제시하였다.

이성택 교정원장은 17일 중앙총부 직원들에게 인사기에 가져야할 마음자세 세 가지를 당부했다. 긍정적인 분위기로 바꾸어가며, 공의를 존중하고, 거래를 법 있게 하자는 것이다.

공의를 따르고 신심 서원으로 일관한다면 문제가 없으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과 일이 만나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이왕이면 나에게 유리한 자리,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500여 개의 교당이 모두 교화가 활성화되지 못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옮겨가는 교당이 현재보다 더 열악한 곳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곳에 발령이 나더라도 그곳을 스스로 찾아가는 기다리던 일터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선진들로부터 맥맥히 흐르는 종명과 공의에 순응하는 정신을 갖자. 물론 교단의 현실은 매우 열악하다. 앞으로는 새로 열악한 교당을 만들지 말고 있는 교당을 살찌우는 내실강화에 힘을 써야한다. 그러면 자연히 공의를 존중하는 풍토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인사 이동자는 거래를 법 있게 해야 한다. 어느 선진께서 부임인사에 "여러분은 괴로운 사람들이요, 나는 외로운 사람이니 외롭고 괴로운 사람들이 힘을 합쳐 대종사님의 법을 시방에 펴나가자"고 하여 분위기를 일신했다는 일화가 있다. 거래가 법다운 모습이다.

인사 이동자의 마음자세에 앞서, 당무부서는 공의에 의하여 공정 무사하게 인사를 시행하는 책임을 다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경주 화랑고 10주년 기념식

교립 특성화학교인 경주 화랑고의 10주년 기념식은 규모에 비해 의미가 배가된 행사였다. 관내 초·중·고 교장을 비롯 역대 학부모 임원, 관계 기관장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낸 것은 10년 교육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그만큼 그동안 진행해온 교육 내실화와 교직원들의 불타는 사명감이 이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경북 유일의 대안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화랑고가 이뤄낸 10년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정산종사탄생백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화랑고가 학교부지 선정에 따른 어려움 등 각고의 세월과 수많은 우여곡절은 역사의 교훈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또한 학교설립을 위해 함께 한 수많은 불보살들의 노력은 무언의 공덕으로 자리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98년 3월 개교한 화랑고는 영산성지고, 한빛고, 원경고, 산청 간디고, 양업고, 부산디자인고와 마찬가지로 공교육의 한계를 넘어 수요자 중심의 학교선택권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를 보더라도 다양한 학교 만들기에 일조를 한 셈이다. 그동안 화랑고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숙식하며 일궈낸 전국 및 국제대회 행사 수상, 성직자 6명 배출 등은 또 다른 교육의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2002년 경북사학기관 경영평가 2위, 2004년 경북 교육청 평가 수요자 만족도 우수학교, 2004년 아름다운 학교운동본부에서 선정한 아름다운 학교, 보건복지부의 전국 봉사 우수교 선정,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실시한 전국 봉사대회 은상 수상, 2006년 경북사학기관 경영평가 우수교 선정 등도 이 범주에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특성화 학교의 사회적 기대감에 부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8회 졸업까지 배출된 304명의 졸업생들은 이 의미를 반증해 주고 있다.

이제는 인성교육의 요람으로 성장하여 1년에 2천여명이 화랑고를 방문하여 마음대조공부를 받았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따라서 화랑고 이번 10주년 행사는 10년에 걸쳐 특성화의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다른 학교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어 의미가 매우 크다. 그러나 화랑고는 우뚝 선 거목으로 자리잡기까지 초심의 과정들을 잊어서도 안된다. 이번 기념식이 10년을 매듭짓고 또 다른 10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라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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