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버 뿌리를 찾듯이

앞마당에 호미를 들고 나가 풀을 뽑는 일을 했다. 잔디밭 사이사이에 퍼져있는 크로버를 제거하는 일은 하다보면 색다른 재미를 맛보게 된다. 크로버는 언뜻 눈에 보이는 잎보다 밑에 길게 자리 잡은 줄기를 따라 뿌리를 찾아 뽑기 때문에 보물찾기를 하는 듯 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크로버 뿌리 찾기를 하다 보니 고(苦)와 낙(樂)도 뿌리 찾기가 된다면 항상 즐거움의 생활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몸과 마음이 괴롭고 힘들고 슬픈 것이 고이며, 기쁘고 즐겁고 좋은 것은 낙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고와 낙의 파도를 항해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는 바를 이루었을 때, 가까운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생겨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뜻하지 않은 행운을 얻게 되었을 때 등 수 많은 상황 속에서 예정되었든 우연이든 기쁘고 즐거움의 생활은 누구나 원하며 유지하고 싶어 한다.

반면에 어렵고 힘든 일, 슬프고 괴로운 일, 불행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가능한 피하거나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심지어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지?', '나만 이렇게 고통의 연속인거지?' 하며 원망과 한탄을 하기도 한다.

크로버의 잎과 줄기에 뿌리가 있듯이 이 세상에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원망과 한탄을 하기 전에 먼저 그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삶의 태도를 바꾸어가는 것이 고락에 대한 법문을 바로 이해하는 길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좋은 일, 이로운 일이 생기기를 원하면서도 오히려 해로울 일, 죄를 불러들일 일을 많이 하게 되고,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정받는 삶을 원하면서도 오히려 질타와 조소받을 일을 하게 된다.

더욱이 설사 짓고 받는 근본적인 원리를 안다하여도 아는 만큼 제대로 실행하는 용기와 결단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좋으면 좋은 것에 갇히게 되고, 괴로우면 괴로움에 묶이게 된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우선 편하고 우선 즐겁고, 우선 권세 잡는 데에 눈이 어둡지 말고 도리어 그것을 사양하며, 설사 부득이 그러한 경우에 처할지라도 거기에 집착하지도 말고 타락하지도 말라. 그러면 참으로 영원한 안락, 영원한 명예, 영원한 권위를 누리게 되리라"라고 하시며, 지금의 좋고 괴로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떻게 변화해 갈 수 있는지 근본원리를 알아 영원한 낙을 수용할 수 있도록 밝혀주셨다.

괴로움 속에서도 기쁨의 농사를 짓고, 즐거움 속에서도 그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참다운 고락의 항해를 위해 한 마음, 한 생각을 온전하게 해야 할 것이다.

/영산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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